울산지역에는 현재 6만여개의 크고 작은 기업과 35만3천여명의 근로자들이 산업수도 울산의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울산지역이 전국 7대도시로 성장하고 지금의 도시규모를 갖춘 것도 이들 산업현장 때문이라는데 이론의 여지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기업체와 근로자들은 울산시민들로부터 실제 수행해온 역할만큼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수시로 터져 나오는 노사 문제가 큰 몫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1980년대 이후 울산은 줄곧 노사문제의 중심에 서 있었다. 대규모 단위사업장을 중심으로 노사간 마찰로 인한 파업행위가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으며, 지금도 현대자동차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규직화 문제로 소모적인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따라서 울산시민들은 울산지역의 기업을 "해마다 노사가 서로의 이익을 위해 싸우는 현장"쯤으로 여길지도 모른다. 때문에 울산지역 기업체가 지역에 미치는 고용효과와 각종 부가가치가 반감되고 있는게 사실이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 최근 울산의 현대중공업 노조가 종전의 노사간 대립 이념에서 탈피, 회사의 이익과 노사 공생의 길을 찾고 나서 노사관계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 회사 탁학수 노조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원유생산저장설비 발주처인 미국의 엑슨모빌사 경영진에 감사의 편지를 전달했다. 그는 이 편지에서 대형공사를 맡긴데 대한 감사의 뜻과 함께 앞으로 어떠한 공사를 맡기더라도 노조가 책임지고 최고의 품질과 납기를 준수 할 것을 약속해 발주처로 하여금 강한 믿음을 갖게 했다.
 이어진 엑슨모빌사측의 답변에서도 "완벽한 품질로서 납기를 한 달이나 앞당겨 준 현대중공업에 감사해야 할 상황인데, 노조위원장이 오히려 감사 편지를 보내줘 너무 기쁘다"며 "앞으로도 변함없는 신뢰와 협력관계가 유지되길 기대한다”는 뜻을 회사측을 통해 노조에 전했다.
 물론 회사측도 한껏 고무됐다. 회사측 관계자는 "수주협상 때마다 선주사들이 고질적인 한국의 노사분규를 꼬집으며 ‘제때 선박을 인도할 수 있겠느냐’며 갖가지 조건을 붙여 곤욕을 치러왔다”며 "노조위원장의 감사 편지 한 통으로 선주사의 신뢰와 협력을 한꺼번에 얻어 향후 수주활동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했다.
 노사간 상생이란 이러한 주인의식과 동반자 개념이 사측은 물론 노동조합 간부, 현장직 근로자에게까지 깊숙히 뿌리내릴때 가능한 것이다.
 올해 역시 울산지역의 노사관계는 그렇게 밝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우선 현대자동차에서 비정규직 근로자문제로 이미 노사간 마찰이 진행되고 있으며, 석유화학공단내 일부 기업에서도 지속적인 경기 침체로 고용조정이 우려되고 있다.
 이같은 여러 현안들은 각 기업 내부적으로는 심각한 문제로 제기돼 향후 노사간 극심한 마찰로 이어질 소지마저 안고 있다. 그러나 이들 문제에 대해 노사 모두 자신들의 논리만 전개할 경우 해결책을 전혀 찾기 힘든 딜레마가 될 것이다.
 사측은 근로자들의 권익과 고용안정에 초점을 두고, 노측은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과 품질향상을 위한 슬기로운 방법을 마련, 노사간 대화의 창구에 나설때 그 어려운 실마리는 조금씩 풀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노사간 대화와 타협을 통한 상생의 길을 찾을 때 비로소 기업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근로자들은 평생직장을 확보한다는 "어렵고도 단순한 진리"를 깨닫는게 올 한해 울산지역 노사가 풀어야 할 중요한 숙제다. 곽시열기자 sykwak@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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