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슬이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다. 자칫 바이러스에 감염이라도 되면 고열과 함께 몸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병원신세를 져야만 한다. 만성신부전증으로 쓰러진 뒤 삶에 대한 희망을 서서히 잃어가던 중 기적같은 행운으로 신장이식수술을 받았지만 집안에서도 늘 마스크를 착용해야할 정도로 면역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박다슬(18·고3)양은 지난 2003년 5월 갑작스런 시력저하로 인해 안과를 찾아 각막치료를 받던 중 쓰러졌으며, 종합진단 결과 만성신부전증으로 판정을 받았다.
 그 뒤 하루 걸러 한번씩 혈액투석을 받으면서 힘겨운 투병에 들어갔다. 그렇지 않아도 빠듯하던 가정형편은 다슬이의 병원비로 인해 어려움이 한층 더해졌다. 한달에 순수 병원비만 40만원 가량 들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어머니 곽(47)씨가 다슬이 병간호로 인해 돈벌이에 나서지 못하면서 이웃들에게 조금씩 빌려쓴 돈이 나날이 불어났다.
 가정형편을 뻔히 아는 다슬이는 이중삼중으로 가슴앓이를 해야만 했다. 가정형편도 형편이지만 정상적인 학교생활이 되지 않으면서 늘 상위권을 유지하던 성적은 자꾸만 떨어졌다. 조퇴 60회에 결석이 30회를 넘길 정도로 학교생활이 엉망으로 변했다.
 곽씨는 "워낙 심성이 착한데다 성격이 활발해 큰 상처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친구들과의 관계를 유지해 나갈 정도"라고 말했다.
 술로 인해 정상적인 가정생활조차 꾸려 나가지 못하던 아버지(51)는 결국 지난해 10월 빚을 갚을 돈을 마련하러 간다며 가출한 뒤 소식이 끊겼다. 3개월여가 지난 현재까지 소식조차 전해오지 않고 있다.
 실낱같은 희망에 기댄채 1년 6개월 가량 혈액투석을 하면서 버텨오던 중 지난해 11월4일 인근 대기업에서 발생한 뇌사자의 장기를 수혜받아서 이식수술을 하는 행운을 얻었다.
 그렇지만 다슬이네 집안형편은 더욱 악화됐다. 1천400만원 가량의 이식수술비가 들어간 뒤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수술 뒤 치료비도 만만치않게 들어가고 있다. 요즘은 한달 평균 20만~30만원씩이 들어가고 있다. 면역력을 높이는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재발과 함께 바이러스 감염으로 치명적인 상황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빚이 불어나면서 10여년 전 마련한 자그마한 보금자리를 결국 팔기로 했다. 하지만 불경기 탓인지 이 마저도 쉽지 않아 다슬이네는 애를 태우고 있다.
 다슬이는 요즘 친구들과 함께 외출을 하지 못해 "안달"이다. 이식수술로 인해 혈액투석은 하지 않아도 되지만 평생을 두고 면역력을 높이는 약을 복용해야 하는데다 바이러스 감염시 재발될 우려가 높아 외출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수술 뒤 살얼음판을 걷듯이 조심했는데도 불구하고 감염으로 "홍역"을 치렀다. 11월4일께 이식수술을 한 뒤 11월30일 퇴원했으나 12월9일께 고열로 인해 몸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3주가량 병원신세를 진 뒤에야 겨우 몸을 추스를 수가 있었다.
 이후 다슬이는 음식을 먹는 것을 비롯해 노이로제가 들 정도로 감염을 막는데 조심을 하고 있다. 익히지 않는 음식은 아예 먹지도 않을 뿐 아니라 집안에서도 늘 마스크 착용하고 찬바람은 가능한 피하고 있다. 감기가 들 경우 고열로 인해 바이러스가 침투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혈액투석으로 인해 팔뚝에 생겨난 흉터 때문에 한여름에도 짧은 소매는 입지도 못한다.
 매일 아침마다 체중과 체온, 맥박, 혈압을 체크하고 소변의 양도 확인을 해야만 한다.
 다슬이는 이런 어려움 쯤은 혼자서도 감당할 수 있지만 아직 어린 탓에 집안을 꾸려나갈 능력이 없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울 뿐이다.
 "신장 이식수술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얼마나 큰 행운을 얻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 때문에 집안 형편이 나날이 어려워져 가는 것 때문에 엄마가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지는 듯 합니다. 또 나 때문에 초등학생인 동생이 늘 재롱 한번 제대로 부리지 못하고 혼자서만 지내는 모습도 애처롭습니다"
 다슬이네는 가출한 아버지가 호적에 등재돼 있는데다 작지만 보금자리가 있는 탓에 기초생활수급자로서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다슬이는 사회복지사가 되는 게 꿈이다. 집안 형편이 조금만 더 나아지면 어떻게해서라도 진학을 하고 싶어한다.
 다슬이는 자신처럼 아픈 사람이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최석복기자 csb7365@ksilbo.co.kr

[만성신부전증이란...]
만성신부전증은 소변으로 걸러져야 할 독성물질이 몸속에 축적되고 심혈관과 뼈 등에 많은 합병증을 일으켜 수명을 단축시킨다. 특히 신장은 기능이 70%까지 감소해도 거의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신장은 흔히 혈액의 노폐물을 걸러 소변으로 배출하는 역할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빈혈이 생기지 않도록 혈액성분을 만드는 조혈호르몬을 생성하고 칼슘량 등을 조절하여 혈압을 관리하기도 한다.
 △발병원인=여러가지 원인이 있지만 당뇨병이 원인인 경우가 40%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고혈압과 신장염(사구체염)이 각각 30%씩을 차지한다. 당뇨병으로 혈당조절이 오랫동안 제대로 안되면 남아도는 당 물질이 신장에서 노폐물을 걸러주는 역할을 하는 사구체를 망가뜨린다.
 고혈압은 모세혈관 덩어리인 사구체의 압력을 높여 정상적으로는 소변으로 빠져 나가지 말아야 할 단백질 성분이 유출되면서 신부전증이 된다.
 유전적인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가족 가운데 당뇨병과 신장병을 함께 앓는 환자가 있는 경우 발병 위험이 매우 높다.
 △예방책=신부전증이 진행되는 속도는 개인마다 차이가 크고 발병원인에 따라 다르다. 우선 신장에 부담을 주는 고혈압을 조절해야 한다. 신장 기능이 줄어들면 수분이나 염분이 체내에 축적되면서 혈압이 오르고 혈압이 높아지면 단백질 성분의 유출이 증가하고 사구체가 높은 압력을 받게 되는 악순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발병을 확인한 경우 전문의와 합병증에 대해 상담을 받아야 한다. 현재 증세가 심각하지 않은 것 같지만 어떤 합병증이 얼마나 심하게 생기는가에 따라 환자의 삶의 질이 결정된다. 합병증은 주로 소변으로 걸러져야할 독성물질이 체내에 축적되면서 심혈관계 질환, 뼈 형성 이상, 빈혈, 신경염 등이 생긴다.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조절하고 금연은 필수다. 신장기능이 15%이하로 감소하면 대개 투석이나 신장이식을 해야한다. 최석복기자 csb736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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