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안 하겠지 기대했던 현자 노사분규가 또 다시 어김없이(?) 재현되고 있다. 월드컵대회와 지자체선거 바람에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던 이 회사 임금교섭이 급기야 분규사태로 비화된 것은 매우 유감스런 일이다. 회사측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시작된 노조의 부분파업 3회, 12회에 걸친 잔업거부로 3천65억원의 매출손실이 발생했다고 한다.

 이번 분규 역시 작년과 마찬가지로 "성과급"이 주요 쟁점이라고 하니 더욱 이해가 가질 않는다. 아직 1년의 절반 이상이 남아 있는데 벌써 성과급을 두고 싸움질을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불과 석 달 동안의 성과를 두고 "많이 내 놓아라, 곤란하다. 뒤를 생각해야 한다"며 노사 둘 사이의 의견이 맞지 않는 것은 선진기업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조합원들이야 한 푼이라도 더 많이 받아내면 우선 기분은 좋을 것이다. 그러나 현자 노사의 이 같은 사태를 바라보는 우리는 "현대차가 저런 싸움을 할만큼 여유가 있는가?" 묻고 싶다. 세계 1위 기업인 GM이 대우를 합병하고, 1조엔이라는 사상최대의 이익을 남긴 도요타가 오히려 임금동결에 노사가 합의하고, 외국인을 CEO로 영입한 닛산이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부품가 인하를 단행하는 등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회사의 역사, 지명도, 기술수준 등 어느 것 하나 뒤지지 않는 이들 기업의 생존 몸부림을 현대차는 강건너 불구경할 입장이 아니다. 솔직히 말해 현대자동차 근로자들은 다른 회사 종사자보다 나은 월급과 복지후생, 사회적 인정을 받고 있다. 이는 현대 직원들도 인정할 것이다.

 현명한 사람은 명분이 아무리 좋아도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그 뜻을 철회한다. 명분도 약하고, 시기적으로도 좋지 않은 시기에 또 다시 예년과 같은 분규를 계속하면 눈에 보이는 이득 그 이상의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 현대차 직원들은 자기 회사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임시공사장 같은 곳이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면 눈앞의 작은 파이를 먹는 것보다 더 크게 만들어 더 많이 함께 나눠야 한다. 그것이 결국 노사가 함께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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