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듯한 집안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대학진학을 고집하는 바람에 엄마 마음을 아프게 한게 죄송스럽기만 합니다"
 동근(19)이는 자라면서 점차 근육이 약화되는 희귀성 난치병인 "진행성 근이양증"을 앓으면서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휠체어를 타고 학교를 다녔다. 팔을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해 글씨조차 제대로 쓸 수가 없는 상태였지만 엄마 등에 업혀 등·하교를 하고 학교에서는 친구들의 도움으로 고등학교까지 마쳤다.
 올해 초에는 자신처럼 어려운 상황에 처한 아이들을 제대로 도울 수 있는 교사가 되기 위해 대구대학교 특수교육학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작은 희망의 불씨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대학 기숙사에 들어가면 엄마와 함께 대학생활을 할 수가 있지만 자신과 마찬가지로 진행성 근이양증을 앓아 걷지도 못하는데다 정신지체까지 겹친 동생 동우(17) 때문이다. 동우는 정신지체가 심해 정신연령이 이제 겨우 2~3살 수준이다. 이 때문에 엄마 손길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동근이가 대학진학을 꿈꾸면서 동우를 태연재활원에 입소시키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가 않았다. 시골에 계신 동우 할아버지 소유의 산골짜기 농지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 대상에도 포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초생활수급자에 포함돼야만 동우를 태연재활원에 맡기고 엄마는 동근이와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할 수가 있다. 또 학비감면 혜택도 받을 수 있는 길이 마련될 수도 있다.
 백방으로 도움을 청해 현재 남구청에 기초생활수급자를 신청해 놓고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동근이네는 15년째 남구 신정동 전세방에 머물고 있다. 주인집에서 딱한 사정을 감안해 전세금을 올리지 않은 덕분에 요즘 전세금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1천450만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겨울철로 접어들면서 아버지 일거리가 거의 없어지면서 4만원씩 내는 월세를 넉달째 못내고 있다.
 동근이네는 우환이 겹쳤다. 10년전만 해도 내집마련의 꿈을 꿀 정도로 어려운 상황은 아니었다.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힘이 없어하던 동근이가 결국 5학년이 되자 걷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진단 결과는 보고 듣지도 못한 진행성 근이양증.
 이 무렵 중소기업에 다녔던 아버지(50)도 회사어음 보증을 잘못서는 바람에 한순간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금액이 엄청나 갚을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섰다. 결국 재취업도 할 수가 없어 일용직으로 하루벌어 하루를 사는 생활을 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동근이는 몸을 지탱하는데 힘겨워하고 있다. 제대로된 재활치료를 받아야만 그나마 근육약화 진행정도를 느리게 할 수 있지만 집안 형편상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동근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재활치료는 벽에다 도르레를 이용해 설치해 놓은 줄을 잡아당기는 것이다. 팔 근육 운동으로 근육약화를 막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팔을 가슴위로 올리는 것조차 힘겹다. 타자위에 손을 올려놓은 상태서 겨우 글씨를 쓰는 정도다.
 어머니(46)는 반듯반듯하게 쓰던 글씨가 갈수록 비뚤어지는 것이 근육약화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가슴이 미어지는 듯하다. 그나마 글씨조차 제대로 쓸 수 없는 사정을 아는 숙모가 대학입학 기념으로 컴퓨터를 선물, 글을 쓰는 힘겨운 작업은 면하게 됐다.
 "할 수만 있다면 팔·다리라도 바꿔주고 싶지만 아무런 도움을 주지도 못하고... 동근이 생각만 하면 가슴이 찢어지는 듯합니다" 동근이 이야기를 하던 어머니는 결국 눈물을 적셨다.
 여러가지 여건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동근이의 각오는 남다르다. 대학생활 내내 장학금을 받아 어려운 집안형편을 조금이나마 돕겠다고 한다.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힘들어하는 엄마의 마음이라도 편하게 해드리고 말이라도 따뜻하게 건네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특수교육학과를 졸업하면 선생님이 돼서 나처럼 힘겨운 아이들을 도울 생각입니다"
 울산시교육청에서 난치병을 앓고 있는 아동들에게 지원한 300만원으로 동근이의 대학 등록금은 해결했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경기가 어려운 탓에 아버지 벌이도 시원찮아 먹고살기마저 빠듯한데 만만찮게 들어가는 학비를 대기가 쉽지가 않다.
 동근이 엄마는 무슨 일이라도 해서 집안 형편을 돕고 싶지만 한시도 손을 뗄수 없는 동우 때문에 직장생활도 어렵다.
 동우는 틈만 나면 잠을 잔다. 깨어있을 때는 TV를 보는게 고작이다. 움직일 수 없는데다 정신지체 장애가 중증이다보니 현재로선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다. 해달라는 대로 해줄 수밖에 없다.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칭얼대는 횟수도 잦다. 동우가 칭얼댈수록 엄마의 가슴상처는 깊어지고 있다. 최석복기자 csb736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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