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과 경제계는 월드컵에서의 성공을 국운 융성의 계기로 삼자며 결집된 국민의 힘을 각 분야에 접목시키자고 주장한다. 붉은 악마들을 열광케 해 혼연일체로 만든 힘은 태극전사들이 경기에 이긴데서만 나온 것이 아닐 것이다. 히딩크와 젊은 선수들의 개혁의지에 대한 지지로 해석돼야 한다. 따라서 히딩크와 젊은 태극전사들의 수범사례를 각 분야에서 연구하고 소화시키는 작업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철저히 연구하고 수용을 위한 공감대를 이룬 다음 축구의 성공신화를 국가 성공신화의 밑거름으로 삼는 것이 바른 순서라고 본다.

 히딩크호가 우리에게 던져준 메시지는 무엇인가. 수많은 메시지 중 무엇보다도 기초체력 다지기의 중요성을 가장 큰 교훈으로 꼽지 않을 수 없다. 우세한 체력을 바탕으로 승리를 이끌어내는 우리 선수들의 모습과 프랑스, 아르헨티나, 포르투갈,이탈리아 등 강팀들이 어이없게 몰락하는 모습에서 기초체력의 중요함은 다시 한번 확인된다. 어디 축구 뿐인가. 제 분수 모르고 기초가 튼튼하다고 큰 소리 치다가 하루 아침에 환란을 맞았던 97년의 한국경제, 이제 빚 좀 갚고 달러화도 어느 정도 쌓아놨다고 다시 풀어지는 현재의 한국경제는 월드컵에서 쓴소리를 가려내 들어야 할 때다. 집권당이 되거나 선거에서 한 번 당선되면 초심을 잃고 민생보다는 이권 챙기기 일쑤인 정치권도 한국축구를 선생으로 모셔야 한다. 기초가 잘 다져진 유럽의 강호들도 잠깐의 방심으로 16강 탈락이라는 고배를 드는 게 세계 축구의 현주소다. 기초도 제대로 다져지지 않았던 한국축구가 발재간 익히는 일에나 열중했더라면 오늘의 성공은 꿈도꾸지 못했을 것이다. 개혁도 기초 다지기에서 출발돼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한국축구는 던져주고 있다.

 학연 등을 끊어낸 일은 물론 히딩크가 외국인이었기에 가능한 측면도 없지 않다.

그렇더라도 보이지 않는 압박을 이겨내면서 실력 위주로 선수를 선발하고 모든 선수들에 대한 강도 높은 체력훈련 등에 성공한 히딩크는 분명 개혁의 수범사례로 연구할만한 대상이다. 히딩크의 그런 지도 아래 온 몸으로 한국 축구를 변모시킨 우리선수들도 개혁의 전도사로 칭송받을 만하다. 한국축구가 조국에 보여준 개혁의 진수,그것을 소화시키는 일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