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의 절친한 선후배인 김지운 감독과 류승완 감독이 피할 수 없는 승부를 펼친다. 양쪽 다 원치 않는 정면 대결. 그러나 피할 방법은 없어 보인다.
 오는 4월1일 두 사람은 각각 〈달콤한 인생〉과 〈주먹이 운다〉로 대격돌한다. 이러한 정면 승부는 두 감독으로서는 결코 원치 않은 선택. 그러나 투자·배급 사정상 두 사람은 이날 "맞짱"을 떠야 한다.
 최민식 류승범 주연의 〈주먹이 운다〉와 이병헌 주연의 〈달콤한 인생〉은 상반기 한국 영화계의 대표적인 기대작. 배우들의 면면이나 장르, 이야기 등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만큼 두 작품 다 지극히 매력적이다.
 이 때문에 감독들 간의 사적인 이해관계는 차치하고라도 비슷한 사이즈와 내공의 영화가 같은 시기에 개봉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관계자들의 속을 바싹 태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방학시즌이나 명절을 낀 성수기도 아닌 4월이라는 극장가 비수기에 경쟁하는 것은 마치 없는 살림을 쪼개는 것 같은 우려마저 주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두 작품은 현재 개봉 날짜를 조정할 수 없는 처지다. CJ가 야심차게 미는 〈달콤한 인생〉은 이미 일본 개봉 날짜(4월23일)까지 정해진 상황. 12월 〈역도산〉의 참패에 이어 〈파송송 계란탁〉까지 최근 4개월간 그다지 재미를 못 본 CJ로서는 톱스타 이병헌과 스타일리스트 김지운 감독이 손잡은 느와르에 대한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주먹이 운다〉도 마찬가지다. 쇼이스트의 투자·배급작인 이 작품은 최민식과 류승범 두 연기파가 치열한 맞대결을 펼친 점만으로도 관심을 모은 영화.
 역시 지난해 말부터 〈강호〉 〈하나와 앨리스〉 등의 외화로 막대한 손해를 입고, 얼마전 개봉한 〈제니, 주노〉도 참패하면서 휘청거린 쇼이스트로서는 〈주먹이 운다〉에 사활을 건 상태다. 개봉일을 늦출 이유가 전혀 없는 것.
 개봉을 보름여 남긴 지금 상황에서 방법은 하나다. 빼어난 실력으로 관객을 두 작품 모두에 끌어모으는 수밖에 없다. 한국 영화계로서는 두 작품 모두 이기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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