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강전을 앞두고 월드컵 조직위가 국회의원들을 비롯, 주요인사들에게 8강전 관람을 초청했다 한다. 서울~광주 왕복 항공편까지 제공하는 이 귀빈석 공짜관람에는 국회의원 70여명이 참석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귀빈석은 원래 일반판매가 안되는 자리다.

 지금 광주에는 표를 구하지 못한 축구팬들이 노숙까지 해가며 애를 태우고 있는 상황이다. 의원들의 집단행차에 곱지않은 눈길이 쏟아질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설사 조직위의 초청이 있었더라도 정치인들 스스로 자제해야 할 일이라는 얘기다. 그렇지 않아도 선거전에 경기장이나 거리응원에서 열성적인 모습을 보였던 정치인들이 선거후엔 거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해 비아냥거림이 적지 않았다. 차라리 체육계 원로인사나 이번 월드컵에 그늘에서 공이 큰 인사들, 아니면 민족의 아픔을 담은 광주의 의미를 되새기거나 장애인, 소외계층 등을 찾아 배려하는 초청이 이뤄졌으면 귀빈석의 의미가 더욱 빛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조직위 위원장으로 있는 정몽준 의원의 정치적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조직위측의 초청대상 선정은 더욱 신중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하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이런 일이 논란거리가 되는 것은 우리 정치현실을 보는 국민의 시각이 그만큼 차갑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가 식물국회다. 후반기 원구성조차 못하고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 벌써 한달 가까이 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대선을 앞둔 하반기 정국운영 전략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는 이 문제를 놓고 첨예한 신경전을 계속중이다. 물론 그동안도 의원들의 세비는 꼬박꼬박 지출된다. 원구성이 지연되면서 국회가 뇌사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대한 여론이 고울리 없으니 이렇게 국회를 팽개친채 공짜관람이나 하겠다는 의원들의 행태에 비난이 이는 것도 이해할만한 것이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은 숫자를 통한 밀어붙이기나 억지쓰기의 인상만 주는 승강이를 더이상 계속할 것이 아니라 하루빨리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찾아 국회를 정상화 하는데 머리를 맞대야할 것이다. 의원들은 경기장이 아니라 국회에 있어야 하고, 진정 월드컵 열기에 동참하고 싶더라도 결코 귀빈석에서의 공짜관람을 선뜻 받아들일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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