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등학교 5학년인 용현서(11)양은 또래 아이들처럼 머리모양과 옷에 관심이 많고 노는 것도 좋아한다.
 엄마는 퍼머머리가 어울린다지만 한사코 머리를 기르는 현서는 여느 초등학교 5학년 여자아이와 다르지 않다.
 얼마 전에 한 안경점에서 시력검사를 한 결과 한쪽 시력이 좋지 않게 나오자, 생전 처음 안경을 써 볼 수 있다는 호기심에 하루 빨리 안경을 맞추고 싶은 현서다.
 현서가 친구들과 다른 점은 단 하나. 키가 또래 아이들보다 많이 작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5학년인 현서의 키는 1m 10~20cm 남짓해 7~8세 아이의 키와 비슷하다.
 태어난지 갓 100일을 넘긴 현서가 감기와 열을 달고 다니자 동네 개인 병원을 찾은 현서 엄마는 "연골 무형성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겉보기에는 아무것도 다른 아이와 다를 게 없어 보이는데 "연골 무형성증"이라니 믿을 수가 없었죠. 부산대학교 병원을 찾았고, 다시 대구 영남대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2003년엔 진주 경상대 병원까지 다닐 수 있는 곳은 다 다녔습니다. 그래도 결국 병명은 똑같았죠. 현서가 불쌍하고 너무 미안하고""
 당시를 회상하던 현서 엄마는 결국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2003년 "연골 무형성증"의 전문의가 있는 진주 경상대 병원에서 수술을 권해 휜다리를 교정시켜 키를 늘리는 수술 날짜까지 잡았지만 집안 형편과 후유증이 걱정돼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현서 엄마는 "2~3년전만 해도 아이가 "엄마 키 크게 해 주세요. 키 크고 싶어"라고 말해 어떻게 해서든 수술을 시켜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막상 아이가 교정기구에 겁을 먹고 수술을 안 한다니 한편으로는 "다행이다"싶은 마음도 들었죠. 집안 형편이 너무 어려워서 수술비를 제때 마련할 수 있을지 몰랐거든요"라고 말했다.
 무릎과 발목, 손목과 팔꿈치에 연골을 삽입하는 교정수술은 한 번 시술하는데 수술비용만 500만~1천만원이 든다.
 또 한달이상 병원비와 입원치, 치료비까지 합치면 2천만원은 있어야 수술을 할 수 있다.
 여기다 수술은 한 차례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3~4차례는 해야 2~3cm정도 키가 자랄 수 있다.
 현서가 수술을 받으려면 성장판이 자라고 있는 10~15세 사이에 받아야 한다.
 그러나 몇년전 교통사고로 어깨를 다친 현서 아빠는 후유증으로 회사를 그만둬야 했고, 지금은 공사판에서 일이 있을 때마다 막노동을 한다.
 자동차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현서 엄마는 오전 8시 출근해 집에 도착하면 저녁 9시나 9시30분, 한달 꼬박 일해서 100여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그렇지만 현서 아빠가 일을 하기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로도 지정받지 못하는 형편이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방 2칸에 2가구가 함께 쓰는 바깥 화장실이 있는 곳이지만, 방 2칸에 살게 된지도 2년이 채 되지 않는다.
 그 전에는 방 1칸에 네식구가 함께 살았었다.
 현서네 식구는 보증금없이 월세 16만원을 내면 되는 이런 집이라도 있는게 감사하다.
 그렇지만 지금 살고 있는 집도 토지구획정리사업 지구 내에 위치해 있어, 집주인과 조합측이 보상을 마무리하는 대로 집을 비워줘야 한다.
 그럴 경우 전세든, 월세든 보증금이라는 목돈이 들어야 하기 때문에 현서 엄마는 벌써부터 걱정이다.
 초등학교 1학년에 들어갔을 때 고학년 언니, 오빠들이 보통 아이와 다른 현서를 심하게 놀려대 매일 상처받고 울던 현서가 담임선생님의 도움으로 지금의 학교에서 겨우 자리를 잡게 됐는데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주변에서 뭣 모를때 초등학교 다니는 게 낫다고 해서 남들보다 발달이 느린 아이를 한살 먼저 학교에 보냈어요. 지금은 친구들이 다 알고 많이 도와주고 챙겨줘서 괜찮지만 입학했을 때는 현서가 많이 힘들어했죠"라는 현서 엄마는 돈도 돈이지만 현서가 겪을 수술 뒤 후유증이 더 걱정이 된다고 한다.
 그렇지만 현서 엄마는 "지금 현서 앞으로 돈을 모으고 있어요. 나중에 수술보다 더 좋은 기술, 수술하지 않고 약만 먹어도 낫게 되는 방법이 분명히 발견될 거니까요. 그때는 꼭 키를 크게 해 줄거에요"라며 희망을 잃지 않는다.
 "엄마 나, 나중에 클 수 있지? 나중에라도 클 수 있어야 할텐데. 나 꼭 키 클 거야"라는 현서의 말이 한없이 가슴 아프면서도 엄마는 그 말 속에서 한가닥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배샛별기자 star@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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