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놈의 꽁지에 보이지 않는 선을 달아주었다

 바람 부는 새벽에 날려보낼 놈에게

 미세한 센스를 붙였다

 놈은 삼림으로 날아갈 것이고

 숲의 정령들과 교미하고 또 다른 숲을 만들며

 돌아오지 않을지 모른다 불안하다

 2

 오랫동안 아버지도 내 등짝에

 까만 깃털을 한 잎 한 잎 붙이셨다

 날아가지 못했다

 꽁지에 고리 달린 징을 박으셨고

 움직일 때마다 내 몸에서 아버지의 소리가 났다

 당신들의 위수 지역은 히브리 노예들이

 법궤를 져다 나른 그 메마른 광야의

 한쪽 길이었다

 아버지도 불안하셨을까

 3

 103동 1층 해피가 뛰어가고 있다

 대숲에 똥누고 하늘 쳐다보던 놈이

 황망히 돌아가고 있다

 진동이 왔나 보다

 두루룩 두루룩

  (<실천문학>, 2002년 봄호)

 

 휴대폰은 이제 우리들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 되었다. 대만에서는 휴대폰 보유대수가 인구수를 넘었다고 한다. 최신곡 휴대폰 알람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인터넷에 접속해 밤새 온 이메일을 확인한다. 최신 뉴스를 보고 예매도 하고 게임도 한다. 기념일을 알람으로 알려주는 전자수첩 구실도 한다. 생활필수품을 넘어 요술상자이며 친한 친구이다. 깜박하고 휴대폰을 두고 오면 하루종일 일이 손에 안 잡히고 불안하다. 이 시는 이러한 불안을 문제삼는다.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하는 문명의 이기가 도리어 인간을 불안하게 만들고 마침내는 이기(利器)의 노예로 만들 수 있다고 경종을 울린다. "103동 1층 해피"는 과연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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