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스포츠 잔치인 FIFA 월드컵 대회에서 한국팀의 거듭되는 선전에 온 국민이 한 마음으로 기뻐하고 성원하는 모습은 우리 스스로 보기에도 흐뭇하고 자랑스럽다. 그런데 이 월드컵은 국가대항 경기라서 그런지 승패의 명암이 더욱 극명하여 자칫 자국의 승리에 너무 집착할 경우 세계인의 화합이라는 본래의 의도에서 벗어나 상대국에 지울 수 없는 분노와 상처를 안겨줄 수 있다. 혹 공정하지 못한 부분은 없었는지 우리의 입장뿐 아니라 상대의 입장에서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상대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선행되고 상대의 입장을 배려해줄 때 그 승리는 더욱 값진 것이 되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에서 특히 청소년들이 고민하고 있는 대표적인 피부 질환으로 여드름을 들 수 있다. 사실 이 여드름은 한때 청춘의 심볼로 여겨져 사춘기가 지나면 자연 좋아지니 치료할 필요조차 느끼지 않았던 피부 질환이었다. 그러나 여드름은 심한 경우 얼굴에 보기 싫은 흉터를 남기므로 이로 인한 청소년들이 느끼는 고민은 때때로 심각할 수 있다. 즉 여드름으로 인하여 정신적 불안감을 느끼고 또 자존심에 상처를 입어 우울증이나 대인 공포증이 유발될 수도 있다.

 여드름 환자를 진료하다보면 청소년은 너무나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데 함께 온 부모님들은 "여드름입니다"라고 얘기하면 "치료받을 필요가 뭐 있느냐"고 반문하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자신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그들 청소년의 입장이 되어 바라볼 필요가 있다. 즉 치료가 설사 필요치 않다고 판단되더라도 본인이 정말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면 적극적으로 치료해 주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청소년의 문화와 생각도 부모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청소년의 관점에서 한번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심해지는 대표적 소아 피부질환으로 아토피 피부염이라는 질환이 있다. 아토피 피부염은 심한 간지러움증이 특성인 질환인데, 이 아토피 피부염을 가진 아이가 피부를 긁는 이유를 정신의학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부모와의 피부 접촉을 더욱 원하기 때문이거나, 또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한 방법으로 화풀이를 자신의 피부에 하게되어 긁게 되는 것이라 한다. 이 질환의 호전을 위해서는 애기가 왜 자신의 피부를 긁게 되는지 애기의 입장에 서서 한 번 바라볼 필요가 있다. 즉 부모와의 피부 접촉을 원하기 때문이라면 더욱 자주 안아주고 스킨쉽을 갖도록 노력해야 하고, 화풀이로 긁는다면 정신적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을 파악해 없애도록 노력해야 한다.

 월드컵의 뜨거운 열기에 지금은 묻혀버렸지만 지난 11일 멀쩡한 대학생이 교수인 아버지와 그 할머니를 무참히 살해하고 시신마저 불태운 끔찍한 사건이 보도된 바 있다. 이 패륜범은 자신의 아버지를 극도로 증오했는데, 그 증오의 원인이 아버지가 자신에게 애정을 베풀지 않으면서 오로지 공부만 강요하고 명문대에 입학하지 못한 자신을 늘 업신여겨 왔기 때문이라 했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의 잘못된 사회병리현상 곧 학벌 중시, 지식 위주의 학교 교육, 왕따 문제 및 가족구성원간의 갈등 증폭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일어난 결과일 것이다. 이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사람을 사랑할 줄 알게 하는 감성 교육이 지식 교육보다 더욱 우선되고 중요시되어야 한다는 것일 것이다.

 의사도 인간이므로 모든 병을 다 완벽하게 치유시킬 수는 없겠지만, 의사가 환자를 존중해주고 환자의 고통을 환자의 입장에 서서 잘 이해하고자 한다면 또 환자도 의사를 진심으로 신뢰한다면 그 병은 이미 절반은 다 나은 것이나 다름없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리더는 상대편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배려해 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자신만 잘하면 된다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뿐 아니라 상대편도 존중해주고 그 입장을 이해해 주며 또 그의 어려움까지도 즐겁게 도와주는 사람이 되도록 우리 모두 힘껏 노력하여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창조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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