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한 가지 병만으로도 고통스러운 데 석진((가명·18·고2)이는 8년째 "알레르기성 자반증"이라는 희귀 질병과 "알레르기성 자반증"의 합병증으로 신부전증까지 앓고 있다.
 철부지였던 초등학교 4학년 때 석진이는 학교에서 실시한 뇨검사에서 처음으로 이상반응이 나타났다.
 "소변검사결과를 전해들은 것이 석진이가 4학년때였던 1998년 4월20일이었습니다. 여태까지 날짜조차 잊어버리지 못하고 있어요. 너무나 충격적이었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한 날이었으니까요"라는 석진이 엄마는 8년전 일을 "잊고 싶어도 잊혀지지가 않는다"며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해 냈다.
 그때부터 동네병원부터 울산 모 종합병원, 부산의 한 대학병원을 찾아다니며 조직검사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석진이의 병명을 알아내고 치료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부산의 병원에서 실시한 조직검사는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판독결과가 나올 때까지 15일이 소요됐고, 겉으로는 멀쩡했던 석진이는 조직검사 후유증으로 손발이 마비되고 걷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이 병원에서는 "1차적으로 판독한 결과 무슨 병인지 의심스러워 재검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나서 밝혀진 병명은 "알레르기성 자반증(IJ 신증)".
 일반인들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생소한 병명일 정도로, 우리나라 학계에 보고된 사례조차 드문 희귀성 질병이었다. 원인도, 증상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치료법이나 치료약도 없었다.
 그러나 석진이 엄마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효과가 좋은 약물치료를 해 보자"는 병원측의 말에 1차 약물치료를 시작했고, 이어 2차 약물치료도 받았다.
 2차 약물치료 도중 석진이는 열이 나는 부작용이 발생했고, 약물치료를 중단해야만 했다.
 다시 3차 약물치료를 시작할 즈음에 다리에만 나타났던 알레르기성 증상이 팔까지 번져 있었고 석진이 엄마는 상태가 나빠지기만 하는 석진이의 약물치료를 중단하기로 결심했다.
 이때는 벌써 석진이에게서 이상이 발견된 지 5개월이나 지난 뒤였다.
 석진이 엄마는 "애초부터 큰 병원에 가지 않은 것을 후회했고 지금도 두고두고 후회된다"며 "병이 발견되자마자 바로 큰 병원에 갔으면 석진이 병이 이렇게 진행되지도, 치료받지도 못한 채 방치되지도 않았을 텐데""라며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그길로 서울대학교 병원을 찾은 석진이 엄마는 "기능이 회복되지 못할 것"이라는 의사의 소견을 들어야 했다.
 원래 콩팥이 좋지 않았던 석진이는 "알레르기성 자반증"의 합병증으로 드물게 나타나는 "급성신부전증" 증상까지 나타났다.
 초기에는 복막투석을 시행했지만 지금은 하루 4차례 혈액투석을 하고 있다. 감수성이 한참 예민한 고등학교 2학년 석진이는 학교 양호실에서 아침, 점심, 오후 3차례 혈액투석을 받고 있다.
 친구들은 석진이가 하루 3차례 양호실을 간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어디가 얼마나 어떻게 아픈지는 모른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놀림받았던 석진이는 친구들에게 더 이상 아픈아이로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체육시간에도 되도록이면 참석해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려고 한다.
 그래서 석진이의 성격은 수년간 투병생활을 한 아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밝고 웃음도 많다.
 석진이가 완치하기 위해서는 신장이식 밖에 방법이 없지만 그 조차 "알레르기성 자반증"이 발목을 잡고 있다.
 대부분의 신장질환 환자들이 자신의 신장에 맞는 신장을 찾지 못해 수술을 하지 못하는 것에 비해 석진이는 다행히 엄마의 신장이 적합하게 들어맞았다.
 지난해 5월에는 신장이식 수술날짜까지 잡고, 석진이의 완치를 눈앞에 뒀었지만 ""알레르기성 자반증"이라는 질병 때문에 신장이식을 해도 100% 재발한다"는 병원측의 만류에 수술을 접어야 했다.
 그 뒤로도 몇 차례 수술여부를 타진했지만 신장수치가 너무 높거나, 여러가지 합병 증상 때문에 수술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그러나 석진이에게는 가족이 있다. 한달에 130만원 남짓한 아버지 월급과 어머니의 우유 배달로 버는 30~40만원의 돈으로 석진이의 치료값과 한달 생활비 부담이 빠듯하지만, 석진이를 위해 "술자리"를 끊어버린 아버지와 "외식"이라는 단어를 잊고 사는 가족들이, 석진이에게는 무엇보다 가장 든든한 "치료제"이다. 배샛별기자 star@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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