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언론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밝힌 중동평화안이 이스라엘의 입장을 철저히 옹호한 것으로 팔레스타인과 아랍권에 분노와 모욕을 안겨줬다고 26일 논평했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아랍뉴스는 "부시, 이스라엘인들이 듣고 싶어하는 것을 그대로 말하다", "부시, 팔레스타인을 모욕하고 아랍 지도자들을 분노케 하다"라는 제목의 별도 기사를 통해 부시 평화안이 전적으로 이스라엘 편향적이라고 비판했다.

 아랍뉴스는 또 "부시 연설은 영구적 전쟁의 비전"이라는 또 다른 기사를 통해 부시 대통령이 총 1867개의 단어로 이뤄진 이번 연설에서 이스라엘측에 요구한 내용은 137개 단어에 불과한 반면 팔레스타인측을 상대로 한 요구사항에는 1천개 이상의 단어를 할애했다고 비난했다.

 이 신문은 부시 대통령이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교체를 공개적으로 요구함으로써 이제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가 그를 죽이거나 축출할지도 모른다며 이런 사태는 혼란과 폭력만 부추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요르단의 애드 두스투어는 부시 대통령의 평화안이 "샤론 총리에게 지역 평화와 팔레스타인의 자유를 부인하는 파괴적인 정책을 계속할 시간을 벌어준 것"이라며 실망감을 표시했다.

 두스투어는 이번 발표로 미국이 결코 정직한 중재자가 될 수 없음을 아랍인들에게 거듭 확인시켜줬다며 "부시의 구상은 중동지역에 더 많은 긴장만 초래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팔레스타인의 알 쿠드스는 사설을 통해 이번 연설에서 가장 위험한 요소는 부시대통령이 "테러리즘에 반대하지만 테러리즘을 유발할 수 밖에 없는 증오심을 견디고 있는 상황"을 비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 통제하에 있는 이집트 신문들은 독자 논평없이 이번 연설이 균형잡힌 것이라는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반응을 그대로 실었으나 아라파트 수반의 축출 요구를 일축했다.

 신문들은 "나는 부시 대통령이 아라파트 수반의 축출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개혁을 요구한 것으로 본다"는 무바라크 대통령의 발언을 중점 보도했다. 카이로=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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