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그라모폰

 연주 :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 : 카라얀

 

 바그너가 생존했던 시기, 그에 못지않게 위대했던 독일인 작곡가가 요하네스 브람스(1833∼1897)다. 그러나 바그너가 혁명적이고 미래지향형인 데 반해, 브람스는 고전파였고 추상적 형식을 주로 다루었기에 오페라는 물론이고 표제음악조차 쓰지 않았다.

 함부르크 출신의 브람스는 북유럽인답게 무뚝뚝하고 타협을 몰랐다. 아집 또한 셌기 때문에 친구가 별로 없었으나 마음만 내키면 남의 일을 성심껏 돕는 극히 인간적인 면도 있었다. 그의 음악도 얼핏 듣기에는 어렵고 어두운 것 같으나 그 속에 무한한 인간성이 숨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20세 때 무일푼으로 연주여행을 떠난 브람스는 우연한 기회에 알게된 슈만 부부에게 재능을 인정받아 본격적으로 작곡가의 길을 걷게 된다. 슈만 덕에 음악계에서 인정받게 된 브람스는 그 호의를 평생 잊지 않았다.

 슈만이 세상을 떠난 뒤에는 유가족들의 다정한 말 상대가 되어주기도 했으며, 슈만 미망인과 우정을 넘어선 연애로까지 진전했으나 뜨거운 감정을 정화하면서 끝끝내 우정의 선을 넘지는 않았다. 브람스가 독신으로 지낸 이유도 슈만의 아내 클라라에 대한 의리를 지키기 위해서였다는 말도 있다.

 브람스는 표제음악이나 오페라에 심한 적대감을 가졌으며 바그너가 주도한 신독일악파에 강력히 반대하고, 고전적 전통에 입각한 낭만적 이념으로 절대음악을 구축하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브람스는 작곡에 관해서 매우 신중했다. 교향곡 〈제1번〉도 작곡을 시작하여 완성할 때까지 21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이처럼 작곡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것은 그의 성격 탓도 있겠지만 위대한 선배 작곡가 베토벤을 항상 의식하여, 교향곡을 쓰려면 베토벤을 능가하는 작품을 써야 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교향곡 〈제1번〉은 이처럼 삶의 괴로움 속에서 퇴고의 퇴고를 거듭한 만큼 멋진 작품으로 되었다. 이 곡을 들은 명지휘자 한스 폰 뷜로는 "베토벤의 〈제9번 교향곡〉에 이어질 〈제10번〉이다"라고 칭찬했다. 이 곡은 지휘자 카라얀이 가장 많이 녹음한 작품 중의 하나이다.

 그라모폰이 제작하고 베를린 필이 연주하는 이 CD는 카라얀이 1987년에 여섯 번째 녹음한 것이다. 80세를 눈앞에 둔 사람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젊음과 신선한 표현 그리고 끝악장은 역동감이 넘친다. 특히 녹음상태가 최상인 명반이다. 임치원 울산시립교향악단 단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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