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달 동안 온 국민을 열광시켰던 월드컵이 29일의 3.4위전을 끝으로 이제 국내에서는 막을 내리게 된다. 16강, 8강, 4강의 신화를 만들어 내면서 월드컵이란 마술은 우리 국민을 완전히 사로잡아버렸다. 정치나 경제 현실에서 좀처럼 느낄 수 없던 감동을 4천700만명이 집단 체험하면서 이번 월드컵은 국민적 축제로 승화했다 한국축구와 붉은 악마들이 이번에 국민에게 선사한 자신감과 희망은 앞으로도 당분간 모든 분야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흐트러진 일손을 다잡을 때다.

 경제현실로 다시 돌아오면 이곳 저곳에서 여전히 불안하고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우리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미국 경제가 회복되는듯 하다가 다시 수렁에 빠져드는 기미를 보이고 있고 그에 따른 달러화 약세와 원화강세는 올해 수출 전망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월드컵 기간에 잠복했던 노사 갈등이 언제 또다시 불거질 지 우리 모두를 불안케 하고 있으며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정치판은 여전히 경제의 발목을 잡을 요인으로 지목된다.

 정부는 그래도 하반기에 수출.내수의 균형성장을 이루며 올해의 성장률을 종전의 5%대에서 6%대로 상향 조정하겠다는 목표다. 재정의 경기대응 역할이 계속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 불안한 물가 등으로 매우 어려워 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런 어려운 상황들을 풀어나가는 적극적인 방법의 하나로 월드컵을 통해 얻어진 "코리아 브랜드" 광고 효과를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한다. 응원을 통해 확인된 국민의 결집력을 경제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기 위한 검토작업도 구체화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월드컵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에 앞서 역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우선적으로 처리할 일들이 있다. 앞서 얘기한 환율, 물가, 노사관계 불안 및 부실 대기업 처리 문제 등이다. 이런 불안 요소들이 제거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지는 성장은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거품일 수밖에 없다.

 한국 축구가 이번에 한국 경제에 준 가장 큰 교훈은 기초체력이다. 발재주를 익히기에 앞서 기초체력을 탄탄히 한 것이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4강 진출 신화의 원동력이 됐다는 점을 경제주체 모두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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