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공사라 하면 일반시민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아마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작업이나 창조적 작업이라는 말보다 부실, 부조리 등의 말들을 먼저 생각나게 할 것이다. 이는 70년대 국가 경제를 이끌어 온 건설업이 가진 관행에서 오는 것이다.

 건설업은 현재 한국을 있게 한 산업이며, 지금도 수많은 고용창출과 타 산업에 대한 파급효과가 큰 산업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70년대에 누렸던 제왕(帝王)적 산업형태에서 잉태되었던 관행이 지금까지 계속되어, 일반시민들에게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을 강렬하게 심어 주었던 것이다.

 이러한 관행에 대해 소신있는 건설인들은 제도적 개선을 통해 개혁을 시도해 해왔다. 특히 건축설비분야에서는 건설공사에 묶여 있는 건축기계 설비공사 부분을 분리발주 할려는 노력은 오랜 기간동안 지속되어 왔다. 건축기계 설비공사 부분의 분리발주 문제는 건축설비인들 사이에서는 건축설비 공사부분의 고질적인 부실 원인으로 손꼽고 있는 부분이다. 이러한 분리발주 문제가 현재 해결되려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비록 일부 관공서와 지역을 중심으로 실현되고 있으나, 참으로 희망적이라 할 수 있다.

 울산은 타 도시보다 분리발주에 대한 욕구가 대한설비건설협회를 중심으로 가장 높게 일어나고 있고, 그 결과 또한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분리발주는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가? 가장 큰 것은 건축기계 설비공사의 고질적인 병폐인 부실 시공 문제에 대한 해결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현재의 건축설비공사는 일반건설업체가 건축공사를 일괄 수주하여, 자체 기술인력을 보유하고 있지 못할 경우 건축기계설비 부분을 설비전문건설업체 하도급을 주는 형태로 공사를 진행시키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대부분의 건설업체들은 건축기계 설비분야의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어떠한 형태든 하도급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반건설업체에서 실행하고 있는 하도급은 최저가 응찰업체나 인맥(?) 등에 의해서 하도급 업체를 선정하기 때문에, 공사비, 기능인력 수준, 자재 품질 등에서 여러 문제점들이 발생되고 있어, 건축기계설비 부실공사의 주요원인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러한 부실공사의 주요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분리발주 시도는 건축설비공사 업계의 새바람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부실공사 방지 이외에 예상되는 긍정적인 측면은 많으나, 건축인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건축기계설비인들의 자정 노력 없이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예상하여야 할 것이다. 이 중 가장 문제점은 건축공사조직과 건축기계 설비공사 조직이 분리되어 상호 다른 절차와 특성을 가지고 진행하기 때문에 상호 협조 없이는 품질 높은 건축물을 만들어 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분리발주 이전보다 많은 부실과 부조리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는 건축기계설비가 건축과는 다른 분야라고는 하지만 건축물에 적용되는 하나의 중요한 부품이므로 건축과 인간을 모르고는 질 높은 설계와 공사가 이루어지지 못할 뿐만 아니라, 건축공사 조직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잘못 끼워버린 단추와 같은 형태가 되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축기계설비업계에 불고 있는 분리발주는 설계와 공사의 질을 현 수준에서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고, 기술과 자질을 갖춘 건축기계설비기술자를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새바람인 것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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