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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곤란…두통등 누워있기도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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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5.04.26  17:5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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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령,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미령(14·울산여중2) 양의 집 현관문 앞에는 이같은 문구가 붙여져 있다. 글귀 대로라면 미령이는 분명 사랑을 받기 위해 태어났지만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수일 전 방문한 미령이네 소형 아파트에는 여기저기 옷가지가 널려 있고 교회를 다녀왔는지 책상위에는 성경책이 펼쳐져 있었다. 식탁에는 라면이 수북히 쌓여져 있고 냉장고에는 반찬통 몇 개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방 하나는 보일러를 수리하기 위해서인지 바닥이 온통 파헤쳐져 있고 한쪽 귀퉁이에는 곡갱이와 삽이 놓여져 있었다. 외출 나갔다 방금 돌아온 집처럼 어수선한 집 한 가운데 미령이가 수줍게 웃고 있었다.

미령이는 겉으로 보기에는 여느 평범한 여중생의 모습 그대로다. 혈색은 물론 표정도 밝고 성격도 쾌활해 미령이가 비후형심근증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비후형심근증은 심장 근육의 어느 한쪽이 비대해져 불균형을 이루면서 호흡곤란, 두통, 현기증, 가슴통증 등의 증세를 보이는 심근증의 한 종류다.

미령이가 처음 이같은 증세를 느낀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어느날 친구집을 다녀오는 길에서 갑자기 눈앞이 하얗게 변하더니 머리가 깨질듯이 아파왔다고 한다. 이어 구토가 시작됐고, 어렵게 집에 도착해선 별일 아니겠지라고 잠을 청했지만 머리는 더 아파왔다.

이후 증세는 더욱 심해져 갔다. 한 달에 한 번씩 나타나던 증상도 일주일에 두 번씩 느끼게 됐다. 학교 수업시간에는 앉아 있기조차 버거워 양호실에 누워 있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별일 아니겠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아버지 박태원(50)씨는 미령이가 6학년이 돼서야 병원을 찾았다. 증세가 나타난지 4년이 지나 병세가 악화돼서야 병원을 찾게 된 것이다.

병원에서는 입원과 함께 수술을 권유했지만 검사비용마저 감당할 수 없는 경제적 형편상 수술은 엄두도 못냈다. 현재는 서울까지 통원치료하는 것도 부담이 돼 부산의 한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는데 그치고 있다.

미령이의 오빠도 같은 병을 앓다 이미 세상을 떠났다. 심근증을 앓고 있던 어머니의 유전적 영향으로 자식들이 이같은 희귀병에 걸리게 된 것이다.

어머니는 미령이가 초등학교 3학년때 집을 나간 이후 소식이 끊겼다. 미령이는 자신과 가족을 내팽겨치고 나간 어머니가 싫다고 말했다.

아버지 박씨는 일용직 용역일을 하면서 가족의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지만 건설경기가 침체돼 있는데다 일거리도 없어 돈을 만져본지가 오래됐다.

최근에는 고용 안정과 노동자 복지를 주장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는 건설플랜트 노조의 영향까지 겹쳐 돈 벌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일을 하고 싶어도 노조가입을 권유하며 직장 앞을 지키고 있는 노조원들을 보면 그냥 집으로 돌아와야하기 때문이다.

평생을 일용직 하청 노동자로 살아온 박씨는 업주로부터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로 일어나면서 자식들에게 좋은 옷, 좋은 음식을 마음껏 해주지지 못한 것이 한이 된다고 했다.

비노조원인 박씨는 최근 노조원들의 파업과 작업방해 등으로 인해 생계유지의 수단이 막혀 앞날이 걱정이지만 일용직 노동자들의 파업은 정당하며, 노동자의 권익향상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달 가까이 일을 못하고 있으니 돈이 생겨날 곳도 없다. 미령이 수술비는 엄두도 못내고 당장 생활이 안되는 형편이다. 가까이에 친척도 없고 도와줄 사람도 없어 박씨의 마음은 타 들어만 가고 있다.

미령이도 이같은 집안 형편을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불평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령이 자신도 조속히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먼저 세상을 떠난 오빠를 따라가야할지도 모른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미령이는 지난해 가을이 견디기 힘들 정도로 아팠다고 한다. 중간고사 시험 기간이지만 머리가 아파 수업에 집중할 수 없었고 학습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악순환이 지속됐다.

미령이는 "양호실에서는 1시간 이상 눕지 못해요. 뒤통수가 아파서요, 어지럽더라도 책상에 엎드려 있는게 나아서 수업시간에는 고개 숙이고 엎드려 있는 경우가 많았어요"라고 말했다.

미령이의 꿈은 댄스가수다. 아시아의 요정 가수 보아를 가장 좋아한다. 교회에서 춤추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집에 들어오면 매일 혼자서 춤 연습을 한다.

아버지 박씨도 무리한 운동은 심장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미령이가 좋아하는 일을 말리지 않는다. 춤은 육체적 고통과 정서적 우울을 잠시나마 잊게해주는 유일한 탈출구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병우기자 kbw@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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