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한국의 월드컵 4강 신화는 19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의 최대 피해자였던 한인들의 손상된 자부심을 되찾아줬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26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이 독일에 패해 결승행이 좌절됐으나 LA 코리아타운내 에퀴터블빌딩 주차장에 모여 열렬히 응원한 수천명의 한인들은 한국인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여전히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한인들은 이른 새벽에 한국 응원복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고 합동응원장에 나와 「대~한민국」을 외치고 태극기를 흔들면서 열렬히 응원했다며 어렸을 때 이민와축구경기를 본 적이 없는 한인 2세 등이 대부분이었다고 신문은 밝혔다.

 신문은 한국인들이 수세기동안 주변 열강에 의해 괴롭힘을 당하고 일제식민통치,6.25전쟁, 군사독재 등으로 기를 펴지 못하고 살아왔으나 월드컵에서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의 축구 강국들을 연파함으로써 지금은 전세계로부터 존경을 얻고 있다고 역사적인 의미도 강조했다.

 뷰에나 파크에서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김홍씨는 『이번을 계기로 우리는 92년 LA폭동을 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할리우드에 사는 치과의사 지미 최(66)씨는 『(축구광은 아니지만) 한국 선수들이 세계의 스타 플레이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도 고무됐다』며 『비록 미국시민권자이지만 마음은 언제나 한국인임을 어쩌겠는가』라고 반문했다.

 LA 타임스는 한국의 월드컵 선전이 전세계 한인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으나일각에서는 지나친 애국심은 역효과를 야기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리아타운에서 자동차수리점을 하는 워런 전씨는 코리안 아메리칸들이 부정적이미지를 주지 않도록 축구 열기를 가라앉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문은 그러나 전씨가 응원에 참여한 한인들이 경기후 쓰레기를 치우고 소란없이 해산하는 것에 위안을 받을지 모른다며 한인들의 성숙한 시민의식 보도도 빠뜨리지 않았다.

 한편 LA 타임스는 독일의 꾸준한 스타일이 패기넘치고 재미있는 축구를 하는 한국을 물리치고 결승 티켓을 얻었다며 8강전까지 두차례 연장전을 치른 한국에 한골이면 충분했을지 모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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