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축구 경기가 우리 국민을 "하나"로 묶었다. "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치며 노래하면서 닫혀있던 이웃의 마음도 함께 활짝 열었다. 또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인파 규모와 열기를 지니면서도 질서 정연한 "거리응원"은 우리의 성숙된 시민의식을 세계에 알리는 창조적 문화코드였다.

 준결승전에서 독일에게 1대0으로 졌지만 한국이 아시아 최초의 4강 신화를 이룩하여 국제 사회에 우뚝서게된데 대하여 모든 국민들은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국민들은 졌지만 "아름다운 승리"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월드컵 축구는 스포츠다. 지나치게 승패 자체에 국가와 민족의 명예를 결부시키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지만 국가발전과 국민통합의 원동력으로 삼는 것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붉은 악마의 몸과 달리는 차량, 집집마다 걸린 태극기 물결은 3.1만세운동과 8.15광복절이후 최대의 태극기 물결이었다고 한다. 이와 함께 가르치고 연습한 것도 아니며, 부르라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모두가 하나되어 "대-한민국"을 외친 모습은 우리의 애국애족 정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해 주기에 충분했다.

 외신들도 잇따라 한국에 대한 찬사를 쏟아냈다. "승패와 관계없이 이번 월드컵의 최고 팀은 한국이다. "하면 된다"는 강한 믿음을 보여줬다" "축구에 대한 새로운 영혼을 선사했다" "한국민들은 기대를 뛰어넘은 선전에 자부심만 가져야 할 것이다" "멋진 응원, 완벽한 질서의식" "높은 질서의식에 한국 국민들에게 존경심을 보낸다". 한국의 위상이 세계속에서 이렇게 커져 보이는 때가 없었다.

 지구촌의 열기를 달구었던 월드컵도 앞으로 사흘밖에 남지 않았다. 그동안 월드컵이 우리 국민들에게 한국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한국인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한껏 심어주었다. 눈만 뜨면 온갖 부정부패와 비리 문제로 국민들을 짜증스럽게 한 현실이 이번 월드컵 경기로 다소나마 진정시키게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월드컵에서 나타난 국민의 에너지와 열정, 감동, 일체감 등을 월드컵 이후 어떻게 살려 나가야 될지가 과제로 남아 있다.

 지금 정부와 기업, 정치권 등에서 이 문제를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지만 결과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지난 88년 서울 올림픽에서 이룬 많은 성과들이 제대로 국가발전에 활용되지 못한채 사장되고만 경험을 갖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 따른 많은 효과를 잘만 활용한다면 한국은 제2의 국운 상승기에 접어들 수 있는 호기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제부터는 정치인들이 정신을 차려야 할 때이다.월드컵에서 발산한 국민들의 애국심과 선진화된 의식 수준 등을 정치인들이 간과해서는 안될 것 같다. 이와 더불어 히딩크 감독에게서도 학연과 지연,혈연을 배제한 용병술을 함께 배워야 한다. 다가 오는 8.8 재.보궐선거와 연말 대선이 월드컵 축제에 이어 또 하나의 선거축제가 되기를 이번 월드컵 계기로 정치인들에게 기대를 걸어봐도 될지 많은 국민들은 궁금해 할 것 같다. 서울=신재현 정치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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