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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이라도 두발로 서봤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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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5.05.10  17:5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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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 아이들처럼 축구도 하고 뛰어 노는 모습을 보는게 소원입니다, 아니 그냥 한번만이라도 두발로 설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어요"

한쪽 팔에 보호대를 동여맨 인길자(38)씨는 큰 아들 신기훈(9·삼일초등2년)군을 생각하면 눈물이 앞선다.

기훈이는 태어난지 두돌이 지날 무렵 갑작스럽게 쓰러진 이후 점진적으로 다리에 힘이 없어져 하반신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현재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다. 몸에 힘이 없어지는 현상이 온몸으로 진행되고 있어 허리도 심하게 휘어져 있다.

휠체어 없이는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힘든 상황에서 허리보호대라는 갑옷이 더해져 기훈이를 더욱 힘겹게 하고 있다.

기훈이가 앓고 있는 병은 '척수근위축증'. 척수신경 운동세포가 파괴돼 근육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마비현상과 같은 질병이다.

어머니는 "당초 병원에서는 5살을 넘기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했지만 물리치료를 잘 받으면 치료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전국 유명한 곳은 거의 다 돌아 다녔다"며 "이 만큼이라도 자랄 수 있는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훈이는 작년까지만 해도 혼자서 앉을 수 있을 정도는 됐지만 올들어 증상이 악화돼 그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다.

다리뿐만 아니라 허리와 팔에도 서서히 힘이 빠지면서 혼자서는 밥 먹는 것 조차 힘에 부친다.

그래도 어머니는 다른 아이들처럼 공부는 꼭 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초등학교 입학 이후 2년여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기훈이를 교실에 데려다 주고, 수업이 끝나면 업고 다른 교실로 데려다 주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또 울산에는 마땅한 치료장소가 없어 1주일에 5일은 학교를 마치고 난 후 곧바로 부산으로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니고 있다.

이 때문에 기훈이는 학교와 병원을 오가는 것 외엔 거의 집안에만 있어 친구가 그리울 때가 많다.

혼자서 할수 있는게 고작해야 텔레비젼을 보거나 컴퓨터를 하는게 다지만 그마저도 요즘엔 힘이 없어 그냥 바라 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비록 아홉살 어린 나이지만 기훈이는 자신 때문에 힘들어하는 부모님의 마음을 알고 있는 듯 어머니와 아버지 앞에서는 웃는 모습을 잃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기훈이가 최근 들어 힘이 드는지 고함을 지르는 일이 부쩍 늘어났다.

"엄마, 나 크게 소리 한번 질러봐도 돼, 나 걷고 싶어, 무지 걷고 싶어, 한발짝이라도 뛰고 싶어"라고 울부짖을 때면 어머니는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낀다.

"며칠전 어린이 날에 축구공을 사달라는 말을 하기에 얼마나 마음이 아파오던지, 그날 아이와 함께 축구공을 찰수 있는 날이 오길 기도했습니다, 답답해 고함이라도 질러 보고싶다는 아이의 말을 들으면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이 마음이 아픕니다"

어머니는 기훈이가 6살때 근육활동을 돕기 위한 호르몬 치료를 받던 과정에서 부작용으로 갑자기 살이 찌게 되면서 50kg의 몸무게를 매일 들다 보니 오른쪽 팔에 상당한 무리가 온 상태다.

기훈이가 아프기 전까지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같이 일을 했기 때문에 생계에는 그렇게 어려움이 없었지만 기훈이의 뒷바라지를 위해 어머니가 일을 그만두면서 부터 생활고에 직면하게 됐다.

간판일을 하고 있는 아버지의 한달 수입은 고작 100여만원. 재활치료를 위한 물리치료 비용 30~40만원과 생활비 등을 모두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동안 시부모님의 도움을 많이 받아왔지만 어른들이 돌아가시고 난 뒤부터는 도움의 손길도 끊긴지 오래다.

현재의 수입으로는 치료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가지고 있던 신용카드로 그때 그때 돌려막다 보니 연체금액이 급속도로 늘어난 상태다.

지금 형편을 생각하면 속이 타 들어가지만 얼마전 친척의 도움으로 휠체어를 탑승시킬 수 있는 차량용 리프트기를 장착, 기훈이의 통학조건이 한결 나아져 위안을 삼고 있다.

"기훈이를 치료한 선생님이 기훈이가 미국의 유명한 호킨스 박사와 거의 흡사하게 병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기훈이한테 너두 박사님처럼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가르치고 있어요"

기훈이 방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축구공이 눈에 띈다. 매일 매일 만지며 갖고 놀면서 운동장에서 뛰어놀 수 있는 그런 날을 꿈꾼다.

"걸을 수 있다면 제일 먼저 친구들과 축구게임을 할 거에요, 마라톤처럼 미친듯이 뛰어볼 거에요, 그리고 엄마 아빠 동생의 손을 잡고 마음껏 놀러 다닐 거에요".

이형중기자 leehj@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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