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전'을 통해 27일부터 관객들을 만나는 엄지원(28·사진)에게 홍상수 감독은 '백지 같은 배우'라는 표현을 했다. 그만큼 캐릭터를 흡수하는 능력이 좋다는 칭찬이다.

지난 2003년 '똥개' 이후 '주홍글씨'와 '극장전'까지 이어지는 그의 출연작들을 살펴보면 쉽게 수긍이 가는 얘기다. 억센 경상도 사투리의 순박한 청춘(똥개)과 비밀을 안고 있는 사랑스러운 아내(주홍글씨)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던 엄지원은 '극장전'에서 홍상수의 영화에서 그동안 흔치 않았던(않다고 지적되던) 섬세한 여성 캐릭터를 구현해 냈다.

홍 감독의 여섯 번째 영화 '극장전'은 선배의 영화를 보고 나온 극장 앞, 영화 속 여주인공과 우연히 마주친 한 남자의 하루 이야기를 다룬다. 엄지원은 영화 속 영화의 여주인공과 그 역을 연기한 현실 속의 여배우, 두가지 역을 맡았다.

엄지원은 "정말 많이 배운 작품"이라고 영화에 대해 설명하며 말문을 열었다. "연기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인지 원래 안그러는 편인데,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마다 자꾸 다른 사람의 연기에 대해 분석을 하게 돼요. '이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식의 생각이 계속 끊이지를 않네요"

그는 "긴 호흡의 연기인 만큼 같이 연기하는 배우들과 가까워지는 게 우선이었다"며 "후배인 이기우와 선배인 김상경 사이에서 서로 도와주고 도움을 받으며 호흡을 맞춰나갔다"고 말했다.

엄지원은 칸영화제 공식경쟁 부문에 초청된 '극장전'의 현지 시사 일정에 맞춰 조만간 프랑스행 비행기를 탈 예정이다. 영화제라고는 부산영화제 밖에 안 가봤다는 그녀이지만 연기자로서 세계 언론의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레드 카페트를 밟는 것은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로 기쁜 일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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