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릴 상자 칸칸 애벌레처럼 채워진 넥타이를 하루 종일 만지작거리는 아주머니가 하루에 몇 개를 파는지. 안흥찐빵 수레를 덜덜 밀고 출근길 찾아다니는 어머니 나이쯤 아주머니의 찐빵을 가족들이 저녁 대신 먹는 것은 아닌지. 옷에 묻은 얼룩 지우는 약 파는 전철 아저씨 하루 종일 묻은 때도 그 약으로 지워지는지. 자리 싸움 밀려 아파트 뒷길로 등불 내다건 구이 아저씨의 꼬치가 식기 전에 팔리는지. 둥글게 떼어낸 호떡 반죽을 꾹꾹 누르는 기름종이 같은 손이 겨울날 장갑 없이도 왜 트지 않은지. 뒤집히고 구르고 또 뒤집히며 사각상자 안에서 몸부림치는 장난감 자동차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아저씨가 자기 삶이 저렇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넥타이와 찐빵이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오를 듯한 빈 지갑같은 오후가 어제도. 오늘도" 왜 한 번도 바뀌는 일이 업는지. 장사를 마치고 떠난 빈자리로 날아드는 도시의 희미한 별들이 내일 팔릴 장난감이고 호떡이고 얼룩 지우는 약은 아닌지.

  (〈나는 궁금하다〉, 문학동네, 2002)

 

 가난은 삶을 불편하고 비참하게 만든다. "뒤집히고 구르고 또 뒤집히며 사각상자 안에서 몸부림치는 장난감 자동차"처럼 사람을 몸서리치도록 몸부림치게 한다. 이러한 몸부림은 보는 이로 하여금 연민을 느끼게 한다. 연민의식에서 출발한 시인의 시선은 찐빵 장수 "아주머니의 찐빵을 가족들이 저녁 대신 먹는 것은 아닌지"를 걱정하는 따뜻한 애정으로 승화된다. 시인은 말한다, 볼품 없는 모습으로, 그래서 가장 치열한 모습으로, 세상을 견뎌나가는 모든 가난한 사람들에게 성냥불 같은 온기라도 되기를 바라며 시를 썼다고. 풍요로운 삶을 구가하고 있는 오늘날, 가난한 이웃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일일 수도 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보릿고개"란 말의 의미를 모른다고 한다. 가난하고 볼품 없는 사람들의 삶을 이다지도 아름답게 느끼게 하는 것은 시의 아름다움보다 더 아름다운, 시인의 그들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치열한 작가정신이다. 조한용 우신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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