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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건 참겠는데 머리카락 안빠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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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5.05.24  17:5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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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이 빠지지 않게 해달라고 울면서 매달릴 때는 부둥켜안고 우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급성림프성 백혈병으로 판명받고 투병중인 박선옥(10·옥동초등 3년)양의 어머니(44)는 이쁜짓만 골라하던 선옥이가 몹쓸병에 결렸다는 사실이 아직까지도 믿기지 않는다. 그래서 선옥이 이야기만 하면 먼저 눈물부터 쏟아낸다.

난치병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아직까지 자고나면 한순간의 악몽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다.

선옥이는 얼머전까지만 해도 육상선수를 꿈꾸는 생기발랄한 초등학생이었다.

지난 3월 신학기를 맞아 새 친구를 많이 만났다며 즐거워하던 선옥이가 3월말께 머리가 아프고 몸살이 난 것 같다며 수업도중에 집에 돌아 온 뒤로는 증상이 조금 나아진 듯하다가 다시 악화되기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4월3일 밤 귀 밑부분의 임파선이 눈에띄게 부어올랐다. 칭얼거리는 아이를 안아서 재운 뒤 날이 밝는대로 양쪽 귀 밑부분을 확인해보니 뭔가 심상찮은 것을 직감했다.

종합병원을 찾아 혈액검사 등을 실시한 결과 청천벽력같은 진단을 받아들었다. 급성림프성 백혈병이라고 했다. 자세히는 몰라도 백혈병이라는 청천벽력같은 한마디에 가족 모두 울음바다가 되고 말았다. 우선 급한대로 검사란 검사는 다 했다. 비용은 둘째치고 정확한 상황이라도 알아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급성림프성 백혈병 가운데서도 악성에 해당되는 종류라는 사실에 더욱 가슴만 무거워졌다. 정상적인 아이들의 백혈구 수치가 4천~1만개 가량인데 비해 선옥이는 20만개 이상으로 나타나 주저할 여유가 없었다.

본격적인 항암치료가 시작되자 학교수업은 아예 포기한채 입원치료가 시작됐다. 선옥이는 처음에는 무슨 병인지도 모른채 검사를 하고 주사를 맞기 시작하자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일주일 가량 지나자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했다. 감수성이 예민한 선옥이가 엄마에게 매달리기 시작했다.

"엄마 아픈거는 내가 참을테니까 제발 머리카락 좀 빠지지 않게 해줘, 제발 부탁이야"

아픈만큼 성숙한 것일까. 눈물부터 보이는 엄마보다 선옥이가 더 어엿해졌다.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아픔을 나누는 탓에 위안을 얻어가며 조금씩 웃음도 찾기 시작했다. 동자승처럼 해맑은 웃음을 보이는 횟수가 조금씩 늘어가고 있다.

며칠전 엎친데 덮친격으로 맹장염이 발병, 수술을 받았다. 몸 상태가 극히 악화되는 바람에 본격적인 항암치료도 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상태로서는 골수이식수술만이 최선의 치료법이다. 하지만 맞아떨어지는 골수를 찾기도 어렵지만 수천만원을 넘어서는 목돈마련도 힘에 겹기는 마찬가지다.

선옥이 아버지(44)가 중소기업에 열심히 다니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IMF시절에 다니던 관광회사가 부도난데다 보증을 선 사람이 이민을 따나버려 빚더미를 고스란히 떠 안았다. 아들 딸을 키우며 남부럽지 않게 오순도순 살아가던 선옥이네는 전세 방으로 옮겼다.

선옥이를 돌보기 위해 수년째 부업으로 가계를 도우던 엄마가 일을 할 수 없게 됐다. 초기 검사며 치료비로 벌써 500만원이 넘게 들어갔다. 그나마 1종 의료보호 대상으로 지정돼 병원비를 감면받아 이 정도에 그친 셈이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소암암협회 등록을 위해 신청서도 제출했다. 회원으로 등록되면 몇가지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선옥이에게도 정확한 병명을 알려줬다. 충격을 받아 많이도 울었으나 가족들과 함께 이겨나가자고 다짐을 할 정도로 밝음을 되찾았다.

골수이식을 위해 우선 선옥이 오빠(13)와 골수가 맞는지 여부를 검사해 여의치 않을 경우엔 맞는 골수를 찾아 나설 생각이다.

선옥이는 요즘 몸이 많이 약해진 상태인데도 항암치료의 부작용으로 식욕이 급격히 저하된 상태다.

"선옥이가 사흘동안 머리카락이 빠지지 않게 해달라고 울때는 내가 대신 아팠으면 하는 마음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이젠 다른 생각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오로지 선옥이가 밝은 모습으로 학교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일은 다할 겁니다. 엄마가 중심을 잃지 않아야 선옥이도 함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을 테니까요"

최석복기자 csb736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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