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들어 처음 열린 2002년 한.일 월드컵이 30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72년의 월드컵 사상 최초로 유럽.남미대륙을 벗어나 아시아에서 열리는데다 전례없이 두 나라가 공동으로 개최돼 대회의 성공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다. 그러나 한.일 양국 조직위원회는 빈틈없는 협조속에 역대 어느 월드컵에 비해도 손색없는 완벽한 대회를 진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폐막을 앞두고 서해상에서 북한군의 도발로 발생한 유혈충돌사태에도 불구하고 대회진행에 차질을 빚지않은 것은 다행이다. 그리고 당초 걱정했던 테러위협이나 훌리건들의 난동으로 부터 보호받는 안전 월드컵으로서도 성공적이었던 대회였다. 또한 공동개최국인 한국의 4강 도약과 일본팀의 16강 진출은 아시아 축구를 세계에 과시하고 아시아인들에게 자부심과 희망을 갖게 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프랑스,아르헨티나 등 우승 후보로 꼽히던 축구강국들이 초반탈락하는 이변이 속출했다. 월드컵 처녀 출전국인 세네갈의 8강 도약, 48년만에 본선에 오른 터키와 월드컵 5회 출전에도 불구, 1승도 거두지 못했던 한국의 4강 신화 등 풍성한 화제를 낳기도 했다. 특히 FIFA랭킹 40위인 한국의 4강 진출은 포르투갈,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럽의 강호들을 차례로 꺾고 이룩한 것으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했다.

 그러나 한국축구는 오늘의 성과에 만족해서는 안된다. 4년후 독일 월드컵을 내다보며 수성을 위해 더욱 정진해야 한다는 무거운 과제를 안았기 때문이다. 프로축구를 활성화하고 유소년축구를 육성하는 등 미래에 대비하는 작업을 바로 서둘러야 한다. 땀흘려 이룩한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과성으로 그치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

 한국 대표팀의 선전에 못지않게 세계인들을 감동시킨 것은 붉은 악마들의 주도로 이루어진 우리의 거리응원이었다. 전국에서 수백만 인파가 거리로 쏟아져 나와 질서정연하게,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모습은 세계 어디서도 볼수없는 장관이었으며,아름답고 신선한 충격이었다. 환희와 감동이 넘치는 민족의 축제로 승화된 거리응원은 국민 모두에게 일찍이 맛보지 못한 자긍심과 행복을 만끽하게 했다. 월드컵을 계기로 분출된 에너지를 창조적으로 결집, 우리 사회에 내재된 갈등 요인들을 극복하고 새로운 꿈을 이루기 위해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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