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가 업무상 재해 인정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산재보상보험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회사 업무나 스트레스, 우울증 등으로 질환이 악화된 사람들도 앞으로는 산재보험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산재보험적용을 받지 못하던 신종 직업병에 대해서도 번거로운 소송절차를 거치지 않고 보상을 받을수 있게 된 것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97년 이후 4년간 직업병 사망자는 2천9백45명으로 이중 뇌혈관 및 심장 질환 사망자가 절반이 넘는 53%에 달했다. 재래형 산재가 줄어드는 대신 신종 산재 비중이 높아지는 등 산재 패턴이 변하고 있다는 증거다. 직장인들이 IMF사태 이후 과로와 업무상 스트레스 등으로 많이 시달리고 뇌혈관 및 심장 질환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범위가 확대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근로복지공단은 과로사, 스트레스를 산재보험 질병코드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법원 판례 등 사회적 변화에 따라 과로사와 가장 관련이 많을 것으로 보이는 뇌혈관 및 심장질환에 의한 사망자를 과로사로 추정해 왔다. 대법원은 간암으로 사망한 근로자 유족이 낸 소송에서 업무로 인한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을 악화시켰다면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고 인정했다.

산재범위 확대의 현실적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예상되는 몇가지 문제점에 대해서는 철저한 사전 점검과 보완이 요구된다. 확대 대상 질환들은 대부분 판정기준이 모호해 자의적 판단이 개입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기준이 잘못 만들어지면 각종 부작용과 혼선을 빚게되고 비리 개입과 보험 사기 등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정성, 객관성이 담보되는 기준 설정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산재범위가 확대될 경우 산재보험 지출의 증가는 필연적이다. 지속적인 산재감소와 효율적인 기금 운용을 통해 기금의 재정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 재래형 산재증가율이 감소추세에 있다고는 하지만 안전불감증이 만연한 우리사회에서는 아직도 개선의 여지가 많다. 새로운 산재적용을 받게되는 질병의 증가를 막기 위한 예방교육과 관리도 강화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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