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상일보(6월14일자 3면)에 실린 박맹우 울산시장(당선자)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개인적으로 특히 관심이 간 부분은 "취임 이후 시정운영"에 관한 내용이었다. 박 시장은 취임 이후 시정의 중점운영 방안을 크게 3가지로 요약하고 있었다. "산업구조의 고도화, 교육여건의 개선, 환경대책"이 그것이다. 이밖에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시책,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 등을 시민여론의 수렴과정을 거쳐 우선순위를 정한 뒤 차질없이 실행에 옮기겠다"고 했다.

 인터뷰를 읽고 난 뒤에 내린 결론은 울산시정에 깊숙이 관계했던 행정의 전문가로서 "너무도 당연한 시책"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 울산예술게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조금은 서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말한다면 인터뷰 속에 나타난 "시정의 중점 운영방안"은 그 내용 자체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것은 심완구 전임시장 때부터 끝없이 제기됐던 "대 시민 공약"으로서, 울산시의 영원한 숙원사업 같은 것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박시장의 "중점 운영 방안" 속에는 적어도 21세기에 걸맞는 새로운 시책이 포함돼 있어야 했다. 그런데 인터뷰 어디에서도 무릎을 칠만한 새로운 시책은 발견할 수 없었다.

 이와 관련, 울산 문화 예술계 쪽에서는 "서운하다. 섭섭하다"는 소견들이 적지않았다. "문화의 세기에 걸맞는 문화시장의 출현을 기대했는데, 이번에도 틀린 것이 아니냐"는 노파심과 실망감이 컸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충분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동안 울산의의 문화예술은 정치와 경제의 크고 급한 문제들에 밀려 항상 역사의 뒷전에서 소외돼 왔다. 시민들은 단지 "먹고 자고 입는 생존의 문화"에 길들여져 있어, 꿈꾸고 표현하고 참된 것을 추구하는 생활문화를 실천하는 일에는 너무도 서툴렀다. 예술가들 역시 다양성과 자율성에 기초한 창작활동에 숱한 제약을 받아왔다. 적어도 지금까지 공업도시 울산에서의 예술문화는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였다.

 이로 인해 시민들은 소비와 생산, 산업과 한경에 눌려 "문화의 향수권"과 "문화의 참여권"을 제대로 공유하거나 수용하지 못했다. 그만큼 울산은 "공업도시"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모든 시책에서도 문화는 항상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것이 울산의 문화가 처한 그간의 상황이자 현실이었다. "공업도시 울산"이 싫어 "문화산업도시 울산"을 열심히 주창했지만, 정신적 측면에서의 변화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경상일보 인터뷰에 나타난 "박시장의 시정운영 방안"은 마땅히 보완돼야 한다. 시정의 3가지 중점 운영방안 속에 "예술문화 개선책"을 포함시켜야 한다. 그래야 산업과 환경과 교육이 중요하듯이 예술문화도 중요하다는 사실이 널리 인식된다.

 이를 위해 울산의 예술문화계와의 대화가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응할 준비가 돼 있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 울산과 여타 도시와의 문화환경을 비교 분석하고 새로운 시책을 마련하고자 한다면 그 역시 적극적으로 도울 생각이 있다.

 울산예술인들은 인터뷰에 나타난 다소의 섭섭함에도 불구하고 박시장이야 말로 기존 울산의 문화환경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최 적임자라고 확신한다. 적어도 문화시장으로서 과거의 전임시장과는 다른 차별화된 시책을 펼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시정의 3가지 중점운영 방안 속에 "예술문화 개선책"을 하나 더 추가하는 것이 문화시장으로서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새삼 강조하거니와 울산의 예술계는 문화시장의 출현을 오래 전부터 간구해 왔다. 울산에술계의 이같은 염원을 박시장이 시원하게 이뤄주었으면 한다. 21세기를 문화의 세기라고 했다. 바야흐로 예술과 경제가 중심이 되는 새로운 시대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박시장의 취임을 축하하면서 울산의 수장으로서 그의 행보에 끝없는 관심과 애정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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