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라고 예쁘게 인사하는 아이와 간단한 인사를 주고받고는 주영이 어머니께 "주영이는 아직 안 왔나요?"라는 성급한 질문을 던졌다.

체격이 너무 작아 초등학교 1학년생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던, 그래서 주영이 동생으로 짐작했던 그 아이가 바로 주영(여·8·중구 태화동)이었다.

'내배엽동 종양'이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난치병을 앓고 있는 주영이는 태어나자 마자 병이 발발, 성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3~4살 아이와 비슷할 정도로 체격이 왜소하다.

주영이를 임신하고 7~8개월이 지났을 무렵 병원을 찾았던 주영이 엄마는 '초음파상으로 이상한 혹이 보인다'는 말을 들었다. 당시 병원에서는 '혈관이 뭉쳐서 이렇게 보일 수도 있으니 두고 보자'고 했다. 하지만 주영이가 태어난 지 100일 지나고 6개월이 지나도 여전히 그 '혹'은 없어지지 않았다.

주영이 부모는 급히 부산백병원을 찾았고, 다행히 '양성'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생후 6개월인 주영이는 이렇게 첫 수술을 치렀다.

이후 6개월에 한번씩 피검사를 받던 주영이는 첫 수술을 한 지 1년 6개월만인 2돌때 다시 같은 부위에 '악성종양'이 재발했다는 의사소견을 들어야 했다.

병명은 생식세포 종양으로 소아암의 일종인 '내배엽동 종양'.

발병 부위는 엉치뼈 부근이었다. 생후 24개월 된 주영이는 다시 종양 제거수술을 받아야 했고, 항암치료를 병행했다. 그러나 항암제로 인해 폐가 녹아드는 부작용이 나타나 항암치료를 중단하고 폐치료를 받았다.

그런데 병을 치료하기 위해 항암치료를 해야 했으나 폐에 나타나는 부작용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주영이는 세번째로 종양이 재발하고 말았다.

다행히 세번째 수술 이후 3년동안 더이상 재발은 하지 않고 있지만 2돌 때 11~12kg이던 주영이는 5~6살이 되어도 12kg에 머물 정도로 자라지를 않고 있다.

항암제 때문인지 키도 몸무게도 좀처럼 늘지 않아 초등학교 1학년생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주영이.

공부도 좋아하고, 책 읽는 것도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주영이는 7세 때 유치원을 다니면서도 작은 체격 때문에 5~6세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들어야 했던 것이 무엇보다 자존심이 상했다고 말했다.

주영이 엄마는 "주영이가 학교에 들어가서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할까 봐 1년 늦게 보낼까 생각도 해 봤지만 공부 좋아하는 주영이를 위해 제때 학교에 보냈고, 학교 선생님들이 주영이에 관심을 가지며 잘 돌봐주고 있어 다행"이라고 고마워했다.

무엇보다 3년째 종양이 재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주영이 부모로써는 무엇보다 기쁜 일이다.

앞으로 2년만 재발하지 않으면 '완치'판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영이 부모는 앞으로가 더 큰 걱정이다.

생후 6개월때부터 계속된 3차례의 수술로 수천만원의 병원비가 빚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다.

여기다 지난해 9월 심근경색으로 8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은 주영이 할아버지와 피부질환을 앓고 있는 할머니, 주영이 동생까지 합하면 6식구가 주영이 아빠가 학원차량 운전으로 버는 80만원의 월급으로 살아가기엔 너무나 벅차다.

할아버지, 할머니, 주영이 병원비만도 한달에 20만원이 넘게 들어가는데다 빚에 대한 이자만 한달에 40여만원.

곧 학교에 들어가는 주영이 동생까지 생각하면 주영이 엄마는 걱정이 앞선다.

올해 기초생활수급자 2급으로 책정됐지만 주영이 아빠가 돈을 벌기 때문에 한달에 보조하는 금액은 4만원이 채 안 된다.

주영이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체력이 약해 3시간만 수업을 받지만 학교생활에 열심이다. 또한 3차례 수술로 꼬리뼈 부근에 살이 없어 넘어질땐 상당히 고통스러워 하지만 제때 약 먹고 제때 진료를 받아 재발하지 않으면 누구보다 튼튼한 아이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주영이의 꿈은 피아노 선생님이다. 한번도 피아노를 쳐본 적도, 배운 적도 없지만 주영이는 멋지게 피아노를 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공부하는 것도 재밌고 아빠랑 서점에 가서 책 읽는 것도 너무 재밌어요. 나중에 키가 더 크면 피아노도 배울 거에요"

배샛별기자 star@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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