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축제는 끝났다. 6월 한달간 한국전이 열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전국의 거리와 광장, 경기장들을 거대한 붉은 꽃밭으로, 펄펄 끓는 용광로로 변하게 만들었던 2002년 한일 월드컵대회가 이제 막을 내렸다. 정부는 월드컵 폐막 다음날인 7월1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으며 어제는 국민대축제를 열어 월드컵 4강을 자축했다. 1954년 스위스대회에 첫 출전한 이후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던 한국축구가 폴란드,포르투갈,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럽의 강팀을 차례로 꺾고 4강신화를 이룩했으니 한국인이라면 누구도 월드컵 열풍과 히딩크신드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올해 6월, 월드컵으로 인해 사는 것이 즐거웠다.

 이번 월드컵대회 기간 우리는 새로운 문화체험을 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붉은 셔츠를 입을 수 있게 되었고 국경일에야 볼 수 있었던 국기는 태극기패션이 생겨날 정도로 생활 깊숙이 자리잡게 되었다. 천연가스 버스 운행, 차량 2부제 등에 힘입어 월드컵대회 기간에는 오존과 미세먼지로 인한 도시의 대기오염도 마저 지난해 보다 낮았다고 한다. 무엇보다 그 많은 사람들이 경기장이나 거리에서 응원하고 난 뒷자리가 깨끗했다는 것이 자랑할만 하다. 7차례 길거리 응원에 나선 연인원이 전국민의 47%에 이르는 2천193만명이나 되는데도 폭력,난동,소란,무질서에 의한 안전사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니 믿기지 않을 정도다. 과연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월드컵 최대 승자는 한국인이라고 할만도 하다.

 그러나 이제 붉게 타올랐던 잔치는 끝나고 잿빛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월드컵이 우리에게 일깨워준 교훈을 차분히 되새기며 일상의 자리에서 꿈을 키워가야한다. 우리는 이번 월드컵대회를 통해 벽안의 축구감독 거스 히딩크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꿋꿋하고 소신있는 리더로서 히딩크는 원칙과 규율을 중시하고 오로지 능력에 따라서만 선수를 기용하는 공정성으로 한국 축구팀을 세계 4강의 반열에 올려 놓았다. 혈연은 물론 지연,학연에 매달려온 우리 사회 각계가 가장 뼈아프게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젊은이들에게 나라사랑의 계기를 주어 긍지를 갖도록 한 것이 이번 월드컵대회에서 얻은 우리의 최대 성과라 할 것이다. 이제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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