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대단한 한 달이었다. 우리 축구팀이 단 일승만이라도 해달라는 소박한 꿈을 안고 주최한 월드컵에서 우리가 4강까지 진출하다니. 세계 축구계에 이만한 이변은 일찍이 없었다. 더더욱 세계를 놀랍게 한 것은 길거리 가득 모두 붉은 셔츠를 입고 한마음 한뜻으로 응원하던 우리 국민들이었다. 그 동안 정치 경제 교육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너무나 큰 실망 속에 살던 우리 국민들에게 우리 축구팀의 선전은 라는 새로운 희망을 같게 했다. 너무도 변화를 갈망했기에 단순한 스포츠 경기의 선전을 우리는 사회 변화의 징조로까지 받아들이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부풀었던 나의 바람은 초중고교 학생들에 대한 벌점제와 체벌을 권장하는 교육인적자원부의 정책 발표와 함께 한 순간에 우려로 바뀌어 버렸다. 적당히 상황에 따라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하던 교육부가 무슨 일인지 이번에는 매질의 도구와 부위 그리고 횟수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히딩크의 성공과 더불어 기본과 원칙을 중시하자는 구호를 자칫 오해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만일 우리 아이들을 매로 다스리는데 실패하게 되면 그 때는 과연 어떤 방법을 사용할 것인지 교육부에 묻고 싶다. 국민의 정서는 물론 축구의 교훈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교육부의 어설픈 정책 도입이 그렇지 않아도 지쳐 있는 국민들을 더욱더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

 일류 대학 진학만이 젊음의 유일한 목표인 사회에서 무조건 경쟁만 해야하는 상처받은 우리 아이들, 자식의 조기 외국유학으로 생이별하여 살아야 하는 , 현장에서 우리 아이들을 가르치며 아무런 변화도 줄 수 없는 선생님들의 실망과 좌절 등등. 우리 교육의 문제는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이제 우리 모두 너무 늦기 전에 어떻게 해서든지 이 문제들을 해결해야만 한다. 올림픽과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해낸 우리가 아닌가. 또다시 는 신화를 교육에서도 이뤄보자.

 우리 나라의 교육 문제가 해결되려면 나는 무엇보다도 먼저 학교가 자율권을 가지고 소신껏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학교의 제도와 정책 마련 등에 선생님들은 물론 학부모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 나라의 교육 행정은 오히려 점점 더 획일화되고 있다. 치맛바람이니 촌지니 하는 부정적인 면들이 지나치게 부각되어 학부모들의 참여가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는 한 마디로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다. 우리 가정에서 아이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이가 주로 어머니인 점에 비추어볼 때 이 또한 여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과 무관하지 않은 듯 싶다. 학부모들이 학교와 대화를 통해 제도 등을 함께 수립해 가면 처음에는 물론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하여 학부모들도 교육문제의 근본적인 어려움을 이해하며 무조건 내 자식만을 위하는 이기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건설적인 방법을 모색할 것이다.

 둘째로 올바른 학교 운영과 교육을 위한 합리적인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사회가 바르게 운영되려면 사람이 다스리지 말고 제도가 다스려야 한다는 어느 경영학자의 주장을 기억한다. 떡을 타는 순서를 사람이 정하면 그 순서를 정하는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비리가 생기고 그에 따른 온갖 사회 문제들이 발생한다. 순서를 제도가 정하면 더 이상 갈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누가 봐도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인 교육제도를 만들고 적극적이고 건전한 학부모의 참여를 유도하면 우리 나라 교육에도 새 장이 열릴 것이다. 혼자서 모든 걸 다 주무르지 않고 비디오 분석가나 스포츠의학 전문가 등에게 일의 상당 부분을 하여 성공한 히딩크 감독의 경영을 배워야 한다. 이제껏 참여할 수 없어 소외되었던 학부모와 선생님들을 우리 교육팀의 감독들로 영입하자.

채현경 (2002-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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