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편만 된다면 지금 당장에라도 수술시켜 주고 싶어요. 엄마·아빠 걱정할까봐 맘 놓고 아프다는 이야기도 한번 안해요. 그런 모습을 옆에서 마냥 지켜볼 수 밖에 없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울산시 울주군 한 아파트에서 만난 최미란(38·가명)씨는 막내 딸 이슬(10·가명)이 생각에 연신 가슴 아파하다가 그만 눈시울을 붉혔다.

초등학교 3학년인 이슬이는 심장에 구멍이 생겨 호흡곤란, 성장장애, 운동능력 감소 등을 유발하는 '심실중격결손'이라는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다.

또래들에 비해 체구가 왜소하다는 것만 빼면 건강한 아이와 별반 다를게 없지만 오래 달리거나 뜀박질을 하면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기 때문에 무리한 운동은 할 수 없다. 특히 부딪치거나 넘어지지 않도록 항상 조심해야 한다.

아픈 사정으로 인해 이슬이의 등·하교길은 친구들보다 더디기만 하다. 그 만큼 심장에 무리가 되지 않도록 천천히 걸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금만 무리하게 움직여도 숨이 차고 금새 지치기 때문에 홀로 있는 시간이 많다.

이슬이는 2살이 되던 해부터 심장이상이 발견됐다.

대수롭지 않게 감기를 치료하기 위해 들린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권유받고 3번에 걸친 검사 결과, 심장에 6㎝ 가량의 구멍이 생겼다는 청천벽력같은 진단을 받은 것이다.

심장의 좌심실과 우심실을 나누는 심실중격에 생긴 구멍을 전부 메워 완치하기 위해서는 수술밖에 방법이 없었지만, 엄청난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해 8년이란 세월을 허비하고 말았다.

그나마 정밀검사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어려운 가정형편을 알게된 울산시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엄두도 못낼 처지였다.

어머니 최씨는 '대부분 시간이 지나더라도 구멍이 넓어지면 넓어졌지 줄어들기는 힘들어 수술이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의사의 말에 낙담한채 하루하루를 보냈다.

"처음 병원에서 진료받았을 때 심장에 구멍이 생겼다는 소리를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어요, 수술시기를 늦춰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소리를 듣고 안심해 지금껏 견디고 있지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안타까운 마음에 얼마나 많은 밤을 눈물로 지샜는지 몰라요"

최씨는 수년전 재검에서 이슬이의 심장에 난 구멍의 크기가 6㎝에서 3㎝정도로 절반 이상 줄어 들었다는 믿기 힘든 진단결과를 듣고 기뻐했지만 한편으로는 슬픈 마음에 눈물을 머금을 수 밖에 없었다.

구멍의 크기가 줄어든데다 성장의 발육이 높은 시기에 도달하기 전인 초등학생일때 수술을 하면 좋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정작 수술비용을 생각하면 아무런 해결책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슬이는 여느 아이처럼 밝고 명랑하고 가족들 앞에서는 웃는 모습을 잃지 않는다. 가수가 되는게 꿈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이슬이는 숨이차고 힘이 들어도 가족들 앞에서 노래들려주는 걸 제일 좋아한다.

"왜 안 아프겠어요, 심장이 요동치듯 뜀박질 할땐 그저 '엄마 또 심하게 뛰어, 손한번만 대줘'라고 말하는 아이와 함께 빨리 나을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도합니다"

이슬이가 앓고 있는 병을 완치하기 위해서는 1천만~2천만원 정도의 수술비용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이슬이의 집 형편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벅차다.

전국을 떠돌아 다니며 건축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을 해온 아버지 박우혈(46·가명)씨가 지난 2002년 용접일을 하다 화상을 입고 쓰러지면서부터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 사고로 박씨는 크고 작은 수술만 4차례 받았으며, 지금까지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

그나마 산재판정을 받은 덕에 한달에 100여만원의 비용을 지원받고 있지만 아이들 학비에 생활비 등을 모두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최씨는 조금이나마 생활비에 보탬이 되고 이슬이 수술비용을 모으기 위해 새벽 신문배달을 했지만 이 마저도 몸이 따라주지 않아 1년만에 그만둬야 했다.

남편 치료비용은 산재보험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지만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어 가지고 있던 신용카드 2개로 그때 그때 돌려막다 보니 연체금액이 급속도로 불어나 있다.

최씨는 가정형편을 생각하면 아무런 일도 할 수 없지만 올 여름방학기간 빚을 내서라도 서울에 올라가 이슬이의 종합검진을 받을 계획이라고 한다.

"이번 검진에서 수술시기 등을 정해주면 모든 재산을 처분해서라도 수술을 받도록 할 겁니다, 이슬이만 건강해질 수 있다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걸 희생해도 아깝지 않아요. 친구들과 함께 운동장에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그런 날을 꿈꾸며 살아갈 겁니다" 이형중기자 leehj@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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