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월드컵은 너무나 신났던 한판 축제였다. 모두가 참여했고 열광했다. 지난 한달간의 꿈같던 경험이 믿기지 않은듯 평상으로 돌아왔어도 여전히 뒷얘기로 흥미진진하다. 틈만나면 체험담이 화제고 그럴 때마다 또한번 흥분의 도취감에 젖어들곤 한다.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것 같은 그 감동과 환희의 여운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듯 쉽다.

 FIFA랭킹이 22위로 수직 상승했고 해외 유수의 언론들이 "이번 월드컵의 진정한 승자는 한국인"이라는 논평과 함께 수준높은 응원문화를 극찬하고 있다. 국위가 오르고 우리의 저력을 과시한 것 같아 어린아이처럼 우쭐해진다. 그러면서도 한 구석에는 이제부터 보여 질 우리의 모습들이 걱정되기도 해 마음이 무거워진다.

 월드컵이 끝나면 정신적 공황이나 상실감이 우리를 압박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다. 월드컵 만한 재미와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대상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혹자는 벌써 열린 공간에서 스스로 참여한 길거리축제의 짜릿하고 열광적인 묘미를 만끽한 시민들을 제도권 문화 공간으로 어떻게 끌어 들일지 막막하다고 토로한다. 월드컵 열기로 잠시 잊고 지냈던 답답한 현실도 이제 하나 둘 눈에 들어오고 코앞에 다가온 할 일들이 부담이 된다. 열광의 중심에 섰던 학생들은 기말고사를 치러야 하고 월드컵 행사를 위해 밤낮으로 뛰어 다녔던 공무원들은 새로 취임한 자치단체장들의 구상에 따른 조직개편과 인사를 기다려야 한다. 오죽하면 월드컵이 한달만 더 길었으면 하는 말들이 오가겠는가. 하지만 피할 수 없는게 현실이다.

 월드컵이 끝나자마자 시작된 7월은 새로운 민선시대의 출범으로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오는 11일 울산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교육위원 선거다. 교육위원은 교육과 학예에 관한 예산 및 결산과 각종 조례안을 심의·의결하는 것은 물론 교육청과 교육감을 견제·감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야말로 지방교육자치의 근간이 되는 막중하고도 권위있는 자리다. 지난 1일은 월드컵 특별공휴일이었지만 제3대 울산광역시교육위원이 되고자 하는 15명의 후보들은 이날 일제히 등록을 마쳤다. 7명의 정원을 놓고 저마다 울산교육발전의 적임자임을 강조하며 본격 선거운동에 나섰다.

 이번 교육위원 선거는 미리 선출된 2천184명의 학교운영위원만의 투표로 당락이 결정된다. 이들 선거인단의 간접선거로 교육위원을 뽑아야 하니 학교운영위원 선출 때부터 온갖 잡음이 쏟아졌다. 교육위원 예비후보들이 학교운영위원 구성에 "내사람"을 심기위한 전화공세는 말할 것도 없고 식사나 선물, 단합대회를 빙자한 향응제공 등이 회자되고지연·학연 동원과 현직 공무원들의 "줄서기"를 위한 음성적 선거운동 개입 소문도 무성하다. 여기다가 교원단체나 시민단체까지 가세해 대리전 양상을 보이면서 과열선거를 부추겼다. 일부는 내분을 보이면서 그동안 몸담아 오던 단체를 탈퇴하는 등 부작용도 심각했다. 또 막상 교육위원 후보등록을 마치고 보니 상당수 출마예상자들이 등록을 하지 않아 이들을 지지하는 학교운영위원의 표심을 얻고자 물밑 접촉을 펼치고 있다. 자칫 불법 타락 선거전으로까지 불거질까 우려되는 모습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선거를 앞두고 증폭되는 잡음과 부작용은 "교육계의 어른"을 뽑는다는 인상을 떠나 권모술수가 판치는 정치판을 생각나게 해 씁쓸하다. 아무래도 교육계의 선거는 정치판 선거와는 무엇이 달라도 달라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요 바램이다. 그동안 비리와 부정으로 많은 시련과 비판을 받아 온 울산 교육계가 또다시 비방과 음해의 정치판 선거전을 보여줄 땐 결국 갈등과 대립, 반목의 후유증만 남을게 뻔하다.

 우리는 이번 월드컵에서 열정과 참여의 교훈을 배웠다. 이 열정과 참여는 "꿈과 희망"이라는 또다른 코드를 양산했듯이 우리의 미래와 희망인 자녀들의 꿈이 이루어지도록 학교운영위원의 열정과 참여를 다시한번 기대해 본다. 수준이하의 교육위원이 선출되고 안되고는 이제 학교운영위원들의 현명한 판단과 책임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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