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영화제는 누구를 위한 축제일까. 축제는 목적과 장소에 상관없이 특별한 사회적·심리적 요구들을 충족시키며, 사회 공동체를 결속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사전적 의미를 놓고 볼 때, 대한민국 최고의 범국가적 축제는 아마 2002년 월드컵 축구경기일 것이다. 그러나 월드컵 경기의 공식 앰블램과 대회 명칭에도 축제를 의미하는 'festival'이라는 단어는 찾을 수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제 영화제는 공식 명칭 마지막에 꼭 'festival'이 붙는다. 짧은 단어 하나가 영화의 예술성과 상업성의 기로에서 항상 머리 아파하는 전 세계 영화인들의 심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지난 14일부터 23일까지 서울과 부천에서는 각각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룒The 9th Puchon International Fantastic Film Festval·이하 부천영화제룓와 리얼 판타스틱룒Real Fantstic Film Festival 2005·이하 리얼판타룓가 열리고 있다. 왜 같은 기간에 비슷한 영화제가 열리는 것일까. 이는 지난 8회 부천영화제 개막식에서 전 부천국제영화제 김홍준 위원장은 조직위원장인 부천 시장의 이름을 잘못 호명한 무뢰한룒?룓 행동 때문에 말이 좋아 해촉이지, 잘려버렸다. 장관이 대통령 이름을 잘못 호명했다고 장관이 바뀔까 하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기도 하다. 여하간 이 황당한 결정에 영화인들은 항의입장을 공식 표명했고, 세계 각국 영화 관계자들도 이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을 정도였다. 한국의 경직된 관료사회를 세계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 사태는 결국 같은 기간에 비슷한 영화제가 각각 지역과 작품만 다르게 열리게 되는 가슴 아픈 현실로 다가 온 것이다.

물론 리얼판타는 진정한 대안을 찾는 영화제라고 하고, 부천영화제는 가족들이 손을 잡고 보는 영화라는 슬로건을 각기 내세우며 차별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부천영화제는 국제영화제이면서 자국 영화배우가 단 한 명, 페스티벌 레이디 '장신영' 그 외 그나마 참석한 배우들은 과거 은막을 화려하게 장식한 은퇴한 원로배우들과 자국 영화감독도 몇 명 안되는 영화제가 되어버렸다. 리얼판타는 그와 정반대의 양상인 규모는 없는데 사람룒스타, 감독 등룓은 있는 정말 서글픈 두 개의 영화제가 되었다. 이같은 현실은 뒤로 하고, 그렇다면 왜 '진정한 대안적 영화제 리얼판타'라는 말이 나왔을까?

국제영화제라고 함은 우선 영화인들의 축제이며 영화를 좋아하는 마니아들의 축제이자 방문객 증가로 인해 늘어나는 관광수익으로 시민들이 즐거워하는 외적 구조를 지니고 있다. 이를 볼때 투자되는 곳에 수익이 있어야 한다는 경제 기본원칙을 전제로 영화 마니아 뿐만 아니라 일반시민도 좋아할 수 있는 영화도 많이 상영해 범시민적 축제로 만들어 보자는 것이 행사를 지원하고 투자하는 쪽의 요구다. 평소 보기 힘든 영화, 영화인들이 관객들에게 추천하는 양질의 영화를 보다 많이 제공해 일반시민들도 영화를 보는 관점의 폭을 넓힐 수 있게 해 진정한 영화제의 면모를 보여줘야 오히려 더 영화제가 활성화 될 수 있다는 영화제 집행위원회와 서로 다른 입장차가 존재한다. 이같은 관점의 차이는 곧 모든 국제영화제에 'festival'이라는 단어를 붙이며 '제발 모든 시민이 참가하는 축제'가 되도록 기원하는 영화인들의 숨은 염원인 것이다. 이번 판타영화제 같은 사태가 과연 밥그릇 싸움인지, 한국사회의 고질병인 권위주의나 집단이기주의의 결과인지는 스스로 판단에 맡길 뿐이다. 각 지방의 어떠한 축제들도 이같은 파행이 발생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 정책을 유지해야만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서울 판 커뮤니케이션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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