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암인 윌름종양을 앓고있는 승훈이는 형과 실컷 놀아보는게 소원이다. 늘 몸이 아파 한달에 절반가량은 병원신세를 진다. 툭하면 고열이 나 부모를 놀라게 하다보니 여느 9살짜리 개구장이들처럼 마음껏 뛰어놀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승훈(9·초등 1년)군은 학적은 연암초등학교에 등재돼 있지만 학교에는 가본 적이 없다. 올해초 몸 상태가 많이 좋아져 학교에 다닐 수 있을 것 같아 입학을 했지만 그 이후 급격히 병세가 악화되는 바람에 여름방학이 시작된 지금까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도 가 보지 못했다. 선교원에 두달가량 다닌게 고작이다. 엄마가 읽어주는 동화책으로 글을 배웠고 쓰기를 배웠다.

그래서 승훈이는 몸이 완쾌된 이후 학교를 가는 것이 기다려지는 한편으로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여느 아이들처럼 또래와 같이 뛰노는 것을 더 좋아하기 때문에 틈만 나면 학교에 가고싶다고 엄마를 조른다.

승훈이가 앓고 있는 윌름종양은 신장에 생겨난 소아암으로 유전적인 영향이 커 뚜렷한 치료법이 없는 상황이다.

돌이 지나면서 병원을 찾기 시작한 것이 지금껏 병원을 집 드나들듯 다니고 있다. 부산 백병원에 7년 가까이 통원과 입원을 반복하며 다녔으나 지난 5월말에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는 바람에 서울대병원으로 옮겼다.

신장 1개를 들어내도록 만든 윌름종양이 변이를 일으켜 근육에 암이 발생하는 유인육종으로 바뀌었다. 통증이 훨씬 심해지고 상황이 급박하게 변해 눈물을 머금고 왼쪽 손을 잘라내야 했다. 아홉살짜리 손을 잘라내는 아픔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까까머리를 한채 또랑또랑한 눈으로 쳐다볼 때마다 엄마(39)는 차라리 자신이 아팠으면 하고 눈물을 흘린다.

특수제작된 의수가 있기는 하지만 비용이 1천500만원에 달하는 까닦에 형편상 모양만 맞춘 의수를 끼웠다. 엄마는 하루빨리 실제 손이나 다름없어 보이는 특수제작 의수를 마련하는 것이 소원이다.

대수술을 받은 뒤 병세변화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지만 혹시 모를 재발을 막기 위해 항암치료를 계속하고 있다. 어린나이에 항암치료를 받다보니 통증이 있을 때마다 엄마 손을 붙잡고 애처럽게 쳐다본다. 한창 살가운 투정을 부릴 나이에 아픔을 참지못하고 아픔을 호소할 때마다 엄마는 어쩔줄을 모른다.

"함암치료를 받고나서 아파하면서도 참을려고 애써는 것을 보면 차라리 항암치료를 그만두고 싶어요. 아픔에 겨워 제대로 울음소리를 내지 못할땐 정말이지 하늘이 원망스러워요"

항암치료가 지속되면서 가뜩이나 좋지않던 신장이 더 나빠졌다. 또 간기능이 약화되고 전해질 수치가 급격히 낮아져 순간적으로 심장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어 엄마는 조마조마한 심점으로 하루하루 병간호를 하고 있다.

현재 승훈이는 서울대병원 응급실에서 병실을 기다리고 있다. 며칠내로 입원실로 올라갈 예정이다. 병세에 따라 통원과 입원을 거듭하는 상황이어서 마땅히 거주할 곳이 없어 엄마와 함께 '하나의 집'에 임시로 거주하고 있다. 하나의 집은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치료를 받는 암환자들을 위해 백혈병재단에서 운영하는 곳이다.

2개월이 넘게 엄마와 떨어져 있는 승훈이 형(11)은 엄마와 동생이 보고싶지만 참는 수밖에 없다. 얼마전 병원에 승훈이를 두고 엄마가 울산을 내려온 뒤 고열과 통증이 심해 곧장 되돌아 갔기 때문이다.

요즘엔 입원비만 한달에 200만원 이상이 소요된다.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항암제를 투여하다보니 가정형편이 갈수록 힘겹다. 그나마 아버지(39)가 직장에 다니고 있어 어느 정도는 버티고 있지만 8년째 수입 대부분을 승훈이 치료비로 사용하다보니 빠듯한 실정이다. 빚도 조금씩 조금씩 늘어가고 있다. 온가족 모두가 승훈이와 함께 힘겨운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승훈이는 현재 수술 뒤 경과를 지켜보고 있지만 약 투여를 제대로 견디지 못할 정도로 몸과 마음이 모두 약해져 있다. 투병생활을 견뎌낼 한가닥 희망이 절실하다.

승훈이네 가족들은 힘이 든 만큼 승훈이의 소원처럼 형이랑 실컷 뛰어놀 수 있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최석복기자 csb736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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