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시작되고, 태풍도 오면서 쌀통에 생기는 벌레 방지용 약을 사러 할인점에 갔다. 점원에게 쌀벌레 약이 어디에 있는지 물어 봤더니, ‘살’ 벌레 약은 살충제 코너 옆에 있다고 했다. 피식 웃으면서 혼자 ‘쌀’, ‘살’ 발음 연습을 해봤는데 역시 쉬운 발음은 아닌 듯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였던가 ‘에’ 와 ‘애’ 발음을 구별하지 못해 며칠씩 큰 소리로 연습시키시던 어머니가 생각났다. ‘예’와 ‘얘’를 구별해서 발음하는 것은 포기한 지 오래고, ‘으’ 와 ‘어’의 구별을 위해서는 ‘아래 으’ 라는 단어를 만들어 써야하는 것은 둔한 혀를 가진 탓으로 돌리고 지낸다. 혀를 옆으로 완전히 둥글게 마는 것이나 ‘또르르르르’ 혀 굴리는 소리를 내는 것은 멘델의 유전 법칙을 따르고, 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 열성 유전 인자라고 가르쳐 주신 국어 선생님의 말씀만 믿고 우성 인자를 물려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며 지내왔었다. 그러나, 집에 와서 5살 큰아들에게 ‘쌀’, ‘살’ 발음을 해보라고 시키니 ‘쌀’, ‘살’ 몇 번 따라하는가 싶더니 ‘딸’, ‘잘’ 이라고 발음한다. 습한 바깥 공기에 꼭꼭 닫아둔 집 안의 후덥지근한 공기가 땀이 되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린다.

 쌀을 파먹는 쌀벌레처럼 졸라 맨 혁대 위로 삐져나오는 뱃살만을 파먹는 살벌레가 있으면 몇 마리 키우고 싶지만 비만 환자들을 만나서 상담해 보면 대부분 치료 방법으로 다이어트 식품이나 약을 같이 먹는 방법을 가장 원한다. 입으로 섭취한 영양분이 운동을 하거나 일을 해서 소모되고 남는 것은 자연히 몸에 남기 마련인데 그런 자연의 법칙은 무시하고 남는 영양분은 모두 저절로 없어지고 덤으로 이전에 쌓아둔 지방까지 없어져 주길 기대한다. 이래저래 살이 찔 기회는 많은데 조금만 방심하면 작년에 산 바지가 못입게 되고 몇 번의 다이어트가 실패로 돌아가면 포기하고 더운 여름에 해수욕장이 아닌 깊은 산속 계곡 만을 찾게 된다.

 여름에 더욱 자신있는 몸매를 위해 살을 빼는 방법이 있었으면 한다. 시중에는 수백 가지의 다이어트 식품이나 약이 나와있지만 거기에만 의존한다면 결국 예전의 몸매로 다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우선 식탁이나 냉장고 앞에 다음과 같이 붙여두고 한번 해보길 권한다. 첫 번째 체중 감량 목표를 정한다. 6개월을 기준으로 현재 체중의 5~10% 정도만 감량하도록 한다. 두 번째 동기를 부여한다. 내가 살을 빼야하는 간절한 이유 5가지를 적어서 냉장고 앞에 붙여둔다. 세 번째로 식사 조절 계획을 세운다. 식사 습관을 적어보고 고칠 점은 없는지 점검한다. 밥은 현재의 3분의 2만 먹는다. 시장에 가기 전에는 꼭 식사를 하고 간다. 후식이나 간식은 먹지 않는다. 회식이나 잔치에서는 한 그릇만 먹는다. 텔레비전 보면서 먹지 않는다 등.

 네 번째는 운동 계획을 세운다. 가장 중요한 항목이다. 식사 조절이 자신이 없다고 해도 매일 30분 이상씩 땀을 흘리며 운동을 할 수 있다면 체중 감량의 반은 성공한 셈이다. 내가 좋아하는 운동이 제일 좋은 운동이지만 좋아하는 운동이 없다면 걷기를 권하다. 택시나 자가용 안타기. 엘리베이터 안타기도 좋은 방법이다. 다섯 번째가 위의 계획을 다시 한번 점검한다. 식사량과 운동량을 비교하여 부족한 부분이 어떤 것이고 그 부분을 보완했을 때 목표 체중을 이룰 수 있을 것인지 다시 점검하고 장애가 있다면 이를 극복할 방법을 궁리한다. 여섯 번째 나의 계획을 가족과 친구들에게 알리고 그들의 도움을 구한다. 같이 산책하고 간식을 권하지 않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또한 도와주는 그들에게 감사하고 그 마음을 표시한다. 함께 체중 조절을 할 친구가 있다면 서로에게 도움과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잘 안된다면 포기하지 말고 주위의 도움을 청한다. 살을 뺀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했는지 직접 물어보고 배워 나에게도 적용시켜 본다. 제약 회사 등의 비만 전문가와 상담해보거나 병원의 도움을 받아볼 수도 있다. 최근 개발된 몇 가지 약이 체중 감소에 효과가 있는 것은 확실하나 반드시 위의 과정들이 함께해야만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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