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3인 이성기(19)군은 선천적으로 뼈가 약한 골형성부전증을 앓고 있다. 일반 친구들 같으면 타박상을 입고 말 정도에도 쉽게 골절상을 입는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한다' 말을 생활화하고 있다. 그만큼 신경을 곤두세우며 살아가고 있다.

지금까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골절상만 10여차례. 초등학교 다니기 전에는 1년중 절반이상을 병원에서 살다시피 했다. 뼈조직이 약한 탓에 작은 충격에도 뼈가 쉽게 부러지기 때문이다. 한번은 다리골절상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베개를 당기다 팔이 부러지기도 했다.

성기군의 어머니 김선자(43)씨는 "걷다가 넘어지기만 해도 골절상을 입는 경우가 허다해 철들기전까지는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을 정도였다"며 "잠이 들어야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나갔구나 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골형성부전증은 그만큼 성장에서 부터 온몸의 조직을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하도록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고3인데도 성기군의 키는 이제 겨우 1곒30㎝ 가량이다. 몸무게도 30㎏을 겨우 넘길 정도로 작아 초등학교 3~4학년 수준에 불과하다.

10여차례 병원을 다녔지만 정밀진단 한번 제대로 받아보지 못했다. 대부분 골절상을 치료하고 골절을 입은 부위가 휘어져 그것을 바로 세우는 치료만 받았다. 정밀진단으로 상황을 제대로 점검해보고 싶지만 가정형편상 어쩔 수가 없는 처지다.

지체장애 3급인 아버지(48)와 선천성 지체장애(4급)인 어머니가 뚜렷한 직업이 없이 기초생활수급자로 받는 90만원 가량(장애수당 포함)이 주 수입원이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그나마 의족을 하고 움직이는데 조금 나아 성기군을 학교까지 데려다주고 데려오고 있다.

"정확하게 진단을 받아 향후 치료방법은 무엇인지 찾아야 하는데 현재 상황에서 어떤 치료법이 최선인지조차 모른채 방치하고 있으니 부모된 도리를 하지 못하고 있어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학원조차 보내주지 못하는데도 어떻게든 학교에 다닐려고 하는 걸 보면 대견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합니다"

어머니는 또래 아이들보다 부쩍 어른스러운 성기가 자랑스러운 한편 마음의 빚이 무겁기만하다. 부모 모두 몸이 불편한 탓에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처지이긴 하나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고 있는 자신들이 늘 미안하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강하게 키울려고 아픈 아이들 닥달해가며 엄하게 키운 덕에 예민한 청소년기의 반발도 있기 마련인데 성기는 아예 성인으로 곧장 커버린 것처럼 의젓합니다. 몸이 불편해 많이 배워야만 험난한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을텐데 형편이 여의치 않으니 가슴이 미어지는 아픔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성기군은 앓고 있는 병이 힘겹지만 밝게 살아가고 있다. 학교에 보낼 때마다 혹시 따돌림이나 받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지만 이런 부모들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이 친구들을 잘 사귄다. 되레 친구들의 도움으로 학교생활에는 어려움이 없다고 부모를 위로하기도 한다.

같은 반 친구들이 몸이 불편한 성기군을 위해 화장실에 가는 것에서 부터 급식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돕고 있기 때문에 큰 불편없이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성기군은 목발을 짚고도 겨우 서 있을 정도로 힙겹지만 학업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수업을 빠지는 경우가 많다보니 학업성적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자신의 의지를 시험이라도 하듯이 꿋꿋하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대학에 진학해서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는게 꿈인 성기군은 요즘 못내 마음이 편치 못하다. 울산대학교로 진학하고 싶지만 장애인들에 대한 특례입학도 없는데다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골형성증후군은 성인이 되면 조금 증상이 완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환자 본인이 조심하기도 해 어릴 때만큼 자주 골절상을 당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언제든지 위험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근원적인 치료가 필요한 실정이다.

"학원에 보내달라고 조를 때마다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처지가 못내 한스럽기만 합니다. 역경을 딛고 일어서려는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해주고 싶은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성기 어머니는 끝내 눈물을 쏟아내면서 앉아서 하는 일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으니 일거리를 좀 찾아달라고 간곡한 부탁을 곁들였다. 최석복기자 csb736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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