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뒤늦게

 나무를 사랑하는 건

 

 깨달아서가 아니다

 외로워서다

 

 외로움은 병

 

 병은

 병균을 보는 현미경

 

 오해였다

 

 내가 뒤늦게

 당신을 사랑하는 건

 

 외로워서가 아니다

 깨달아서다

 (화개, 실천문학사, 2002)

 

 아내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 시이다. 아니다. 아내에 대한 사랑보다는 아내를 사랑하는 스스로의 마음가짐을 노래하고 있다. 처음에, 나는 "아내는 남편에 대해, 신혼시절에는 창부와 같이, 다음에는 비서와 같이, 그 다음에는 간호원과 같이 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유태인들의 속담처럼 "외로움" 때문에 아내를 사랑한다고 생각한다. 외로움을 달래려는 이기적인 사랑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그것이 "오해"였다고 뒤늦게 깨닫는다. 그 깨달음은 이타적인 사랑의 소중함 혹은 "사랑"이란 말을 헤프게 쓰는 요즘사람들의 "병"적인 사랑 세태에 대한 안타까움일 것이다. 아내, 가족, 이웃, 나아가 타인을 어떻게 사랑할 것인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시이다. 조한용 우신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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