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희 대리(41·현대자동차 환경안전팀)는 회사일도 바쁘지만 틈만 나면 태화강을 찾는다. 새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밀집한 아파트 단지와 공장들 사이에서도 꿋꿋하게 둥지를 틀고 살아가고 있는 새들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갈대밭이나 잡목지대, 대밭 등에서 살아가는 새들은 그를 행복하게 한다. 그들은 그에게 태화강의 보물인 것이다.

 강대리는 새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줄 모른다. 태화강 대숲에 보금자리를 틀기 위해 남산에서 나뭇가지를 투~둑 투~둑 부러뜨리는 소리, 슬레이트 지붕 속이나 축대 속에 둥지를 튼 할미새의 새끼를 보호하기 위한 날갯짓, 한해 겨울에 20~40마리씩 태화강을 찾아드는 천연기념물 고니의 화려한 몸짓 등 어느 것 하나 살갑지 않은 것이 없다.

 강대리가 태화강 새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지난 95년. 출퇴근 길에 명촌교에서 바라본 태화강에는 철새들이 예상 외로 많았다. 종류도 다양했다. 어릴때부터 새들의 둥지를 찾아 다닐 정도로 관심이 남달랐기 때문에 태화강의 새에 쉽게 빠져 들었다. 쌍안경을 들고 태화강을 찾기 시작했다.

 범서 선바위에서부터 바다와 만나는 고려화학 앞까지 태화강 일대의 조류를 조사하기 시작해 한해 20여종의 6천여마리를 확인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도 거창한 논문을 쓰기 위한 것도 아니었지만 체계적으로 자료를 정리했다. 98·99년을 정점으로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철새들의 변화와 추이를 담은 보고서로 발표했다.

 "울산이 공해도시라는 오명을 쓰고 있으면서도 이렇게 풍부한 태화강 조류에 대해 제대로된 조사·연구자료가 거의 없는 것은 너무나 아쉬웠죠. 대학 때 생물학을 전공한 것이 개체수 조사, 새들의 종류를 확인하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의 보고서에 언론이나 시민단체들의 관심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회사동료들도 새가 다치거나 알기 어려운 새들을 보면 그를 찾아왔다. 자연스럽게 그는 "태화강 새박사"라고 불렸다.

 "철새들의 추이를 그저 단순한 수치로만 보아서는 안됩니다. 바로 태화강 환경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죠. 철새들은 한번 찾은 곳은 변화가 생기거나 수질이 나빠져 더 이상 찾을 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계속 찾아오거든요."

 소음이나 인간의 발길 등 다른 유해 요인들에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수질이 가장 직접적인 요인이다. 강대리는 점점 시멘트로 둘러싸여가는 강둑이나 사라진 모래톱 등 철새들이 찾기 힘든 환경으로 변해가는 것을 보면 씁쓸하기만 하다. 철새들이 집단으로 찾아드는 명촌교 아래 모래톱과 대도섬 등이 해안도로 개설과 준설작업으로 사라진 것이 무엇보다 큰 아쉬움이다.

 태화강의 새를 보호하기 위한 강대리의 바람이 쏟아진다.

 "하수종말처리장을 빨리 완공해야 합니다. 태화강으로 그대로 유입되는 하수를 막는 것은 태화강 보존을 위해 시급한 일이죠. 또 주남저수지처럼 인근 경작지에 밀이나 보리를 심은 뒤 그대로 둬 겨울철새들의 모이가 되도록 하고 땅주인들에게는 행정이 보상해주는 방법을 태화강 둔치에도 도입해야합니다. 불법어로로 생계를 이어가는 이들을 다른 직업으로 전환해주는 정책도 필요합니다. 이들 배가 철새때 가운데를 지나 다닐 때면 새들이 너무 불안해 하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태화강에 살고 있는 새들은 울산으로서는 천혜의 자원이다. 그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태화강이 죽었다고들 하지만 새들은 의외로 풍부하다. 겨울이면 흰쭉지, 청둥오리, 고방오리, 흰뺨검둥오리, 고니가 찾아든다. 쇠백로, 중대백로, 황로, 왜가리 등은 여름철새였다가 텃새로 변해 대숲에서 서식하고 있다.

 "태화강은 겨울철새 도래지 뿐만 아니라 텃새들의 번식지로도 중요한 곳입니다. 종류나 개체수가 창원 주남저수지나 창녕 우포늪에 못지 않습니다” 최석복기자 csb736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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