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생학적으로 태아기 때 인간의 유방은 모두 16개나 된다. 양쪽 겨드랑이에서부터 허벅지 안쪽까지 8쌍의 유방이 있지만 출생 시에는 한 쌍만 남겨두고 모두 사라진다. 그러나 실제 200명에 한명 꼴로 한 쌍 이외의 유방을 가진 이들이 있다. 젖꼭지까지 있는 제대로 된 유방이 겨드랑이에 붙어 있거나 젖꼭지 없이 덩어리처럼 만져지기도 하고 혹은 작은 점처럼 젖꼭지만 피부에 붙어 있는 경우 등 다양하다. 이들은 생리주기를 따라 마치 유방처럼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덩어리를 우연히 발견하고 깜짝 놀라 병원으로 달려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것을 부유방(副乳房)이라고 하는데 사실 이런 부유방은 유방에 생길 수 있는 질환들이 모두 발생할 수 있기는 하나 미용적인 문제를 제외한다면 그냥 지내도 무방하다. 어떤 환자는 부유방으로 진단을 받으면 희한한 일도 다 있다는 표정으로 유방이 남보다 더 많으니 좋은 일 아니냐고 맞받아 말하기도 한다.

 사실 유방은 고대로부터 풍요와 다산의 상징이었다. 19세기 말 동물의 젖을 안전하게 먹을 수 있기 전까지 갓 태어난 아기에게 엄마의 젖은 삶과 죽음을 가르는 결정적 요소였다. 그래서 선사시대의 조각상들에서는 거대한 유방이 자주 등장한다. 고대 그리스의 발달된 도시였던 에베소의 아르테미스 여신상에는 자그마치 20개의 유방이 포도송이처럼 몸통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아무리 좋은 상황이라 해도 식량을 얻을 수 있는 원천이 항상 불확실했던 세계에서 그들에게 유방은 곧 풍요와 다산의 상징으로 경배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풍부한 유방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다른 젖먹이를 키우는 어느 포유동물도 인간의 여성처럼 지방이 풍부하고 앞을 향해 크게 돌출된 유방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단지 유선과 유두만이 있을 뿐이다. 왜 인간의 여성만이 이런 풍부한 유방을 가졌나에 대해서 연구한 영국의 동물생태학자 데스몬드 모리스는 인간이 직립보행을 하게 되면서 성적인 기관으로써 이성을 유혹하기 위해 동물의 엉덩이를 대신할 어떤 것이 필요했고 그 필요에 의해 여성의 유방이 크게 부풀려 졌으며 부풀려진 유방은 하나의 성도태를 거쳐 점점 발달했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풍부한 유방은 동물들과 구별되는 인간만이 가진 것이며 더욱이 여성에게만 존재하는 여성성의 상징인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유방은 상업적으로 지나치게 착취(?)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여러 종류의 상품이나 광고에서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가슴의 라인을 연상시키는 것들을 수없이 쏟아내고 있고 패션업계, 화장품업계, 심지어 의료계까지 하나의 상품으로서 유방을 취급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21세기에 산업으로서 여성과 관련된 트랜드가 하나의 흐름이 될 것으로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메릴린 옐롬은 저서 유방의 역사에서 20세기 말에 유방이 완전히 상품화되었다는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고 있다. 아마도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유방과 관련된 상품과 서비스가 개발될 것이다. 그래서 유방이 더 아름다워진다면 누구나 반가워 할 일이지만 지나친 상품화는 경계해야 한다고 본다. 나는 사실 페미니스트는 아니다. 그러나 의사의 한 사람으로서 유방에 대한 관심이 좀 더 근본적인 것에 기울여지기를 바란다. 흔해 빠진 말처럼 들리겠지만 아름다운 가슴이란 곧 건강한 가슴을 일컫는 게 아닐까?

 이제 곧 장마가 지고 뜨거운 여름 노출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아름다운 가슴에 대해 한참 생각할 시기이다. 그때 한번 건강한 가슴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진정한 의미에서 건강하고 풍부한 가슴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은가 생각한다. 여성들은 자신의 유방의 주인으로서 자신의 유방을 타인들의 손에 맡겨 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 풍요와 다산의 상징이었으며 경배의 대상이었던 자신의 가슴에 경의를 표하고 진정한 의미에서 아름다운 가슴을 찾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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