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사치품으로 오인하던 시대가 있었다. 물론 지금은 아니다. 문화를 생활용품으로 수용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그만큼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방자치 시대를 맞아 생겨난 바람직한 현상중 하나이다. 그러나 이것은 수많은 새행착오 끝에 얻어진 결과이다.

지금은 많이 개선됐지만, 한때 행정 당국이나 시의회에서 지나치게 민생문제에만 치중을 한 적이 있었다. 그로 인해 시민의 복지나 문화정책은 거의 실종상태에 놓이기도 했다. 정책 입안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무엇보다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가 문화를 멀리할 수 밖에 없었다. 거기다 경제와 건설분야의 경우 가시적 성과가 쉽게 눈에 잡히는데, 문화예술 분야는 그렇지 않았다. 덕분에 문화예술 쪽의 예산은 여차하면 최우선적으로 삭감됐고, 삭감의 선봉에 선 주역들은 예술문화계로부터 질타의 대상이 되곤 했다.

 아무튼 주목할 것은 최근 수년 사이 문화예술계에 대한 행정 당국이나 시의회의 시각이다. 문화를 대하는 시각이 과거에 비해 상당히 달라졌다. 그 중 하나가 각종 문화행사의 증가와 거기에 대한 예산의 지원책이다. 울산의 축제를 보자. 처용문화제, 울산예술제, 고복수 가요제, 울산공단문화제, 장생포 고래축제, 다향제, 봉계 한우축제, 정자 해맞이 행사, 정월대보름 달집살이, 배꽃 축제. 두서 없이 적어본 이 많은 행사가 울산시의 지원을 받아 매년 열린다. 마음만 먹으면 울산시민들은 언제 어디서든 크고 작은 행사를 구경할 수 있고 직접 참여로 행사의 주체자가 될 수도 있다. 문화의 소외적 갈등에서 해방될 수 있고, 주민간의 결속력과 향토애도 실릴 수가 있다. 문제는 이 수많은 행사 중에서 시민들로부터 전폭적인 사랑을 받는 행사가 아직은 없다는데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처용문화제에 대해 얘기를 좀 해야 할 것 같다.

 처용문화제는 울산 공업축제의 맥을 잇는 가장 오래 된 축제로 올해로써 36회를 맞는다. 최근 수년 사이에 이 축제는 전환기를 맞고 있다. 말 많던 잡화상식 축제에서 벗어나 정체성의 색깔을 찾아가고 있고, 십대에서 실버세대에 이르기까지 함께 어울리는 축제의 틀도 마련을 하고 있다. 그러나 처용문화제를 보다 성공적인 축제로 키우기 위해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안들이 적지 않다.

 그중 하나가 참신한 기획력과 운영능력을 갖춘 전문 인력의 확보이다. 여기에 축제규모에 맞는 예산확보, 처용문화제 사무처의 상설화 등이 뒷받침 돼야 한다. 이 세 가지 사안의 해결 없이는 처용문화제는 결코 새로운 세계로 도약할 수 없다.

 지난 6월, 한일 월드컵 기간동안 울산에서는 크고 작은 각종 문화행사가 열렸다. 게중에는 아이템 하나가 처용문화제 예산과 거의 맞먹는 것도 있었다. 아무튼 시민들은 행사 기간 내내 음식점을 순례하듯 최고급의 문화행사를 마음껏 골라서 먹고 마시고 즐겼다.

올해 처용문화제를 준비하면서 은근히 걱정되는 것은 이 같은 고급 문화를 맛본 시민들의 눈 높이이다. 아무래도 처용문화제를 예전의 잣대로 봐주지는 않을 것이다. 보다 새로운 축제, 보다 업그레이드 된 프로그램을 기대할 것이다.

 울산의 대표적 축제가 처한 현실이 이렇다. 시민들은 이제 처용문화제에서 전통을 딛고 도약하는 울산의 새로운 미래를 보고 싶어한다. 시민 스스로가 만들어 내고 참여하는 생문화(生文化) 축제를 꿈꾸고 있다. 이것이 실현되려면 앞에서 지적했듯이 전문 인력과 예산의 확보가 급선무다.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예산이 부족하면 행사의 기획과 아이템의 개발이 불투명해지고, 성공적 축제의 실현 가능성도 그만큼 멀어진다.

 처용문화제는 국내외적으로 울산을 대표하는 종합축제이면서 특성화된 축제이다. 따라서 이 축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전문 인력 확보를 위한 체제개선과 예산증액에 대한 현실적인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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