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전 : 당서(唐書) 구양순전(歐陽詢傳)

 ▶뜻 :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 곧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쓰는데 종이나 붓 따위의 재료 또는 도구를 가리는 사람이라면 서화의 달인이라고 할 수 없다는 말.

 서성(書聖) 왕희지(王羲之)의 서체를 배워 독특하고 힘찬 솔경체(率更體)를 이룬 구양순은 글씨를 쓸 때 붓이나 종이를 가리지 않았다. 그러나 저수량은 붓이나 먹이 좋지 않으면 글씨를 쓰지 않았다고 한다. 어느 날, 저수량이 우세남에게 "내 글씨와 구양순의 글씨를 비교하면 어느 쪽이 더 낫느냐"고 묻자 우세남은 "구양순은 붓이나 종이를 가리지 않으면서도(不擇筆紙) 마음대로 글씨를 쓸 수 있다(能書)하니 아무래도 구양순을 따르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이 말은 오늘날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장소와 때를 가려 실력이 달리 나타나지 않는다는 말로 쓰인다. 실력 없는 사람이 환경을 탓하고 재료를 탓하는 법이다. 무엇을 할 때 반드시 해내겠다는 마음 없이 이 핑계 저 핑계를 댈 때도 자주 인용된다.

 그러나 오히려 글씨 쓰는 사람에게는 통설이라고 할 수가 없다. 행서와 초서를 제외한 해서 전서, 예서를 쓰는 경우는 붓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붓을 가리지 않을 수 없다. 신미경 강남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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