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데 제 역할이 있었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그것 만으로도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장애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개그맨에 도전했던 박대운(34)이 코미디 무대를 떠난다. 그가 5월 중순부터 5개월 넘게 이끌어온 KBS2TV '폭소클럽'(매주 월요일 오후 11시)의 '바퀴 달린 사나이' 코너가 KBS가을개편에 따라 24일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리기 때문이다.

"준비를 많이 못하고 무대에 서서 그런지 생각했던 것보다 잘하지 못해 아쉬움이 큽니다. 다른 개그맨들과는 실력차이도 있는데 처음부터 (장애인이란 이유로) 관심을 받았어요. 이런 장점에 힘을 실어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점은 아직도 마음에 남아요."

박대운은 그래도 이번 작업은 의미가 컸다.

"주유소 화장실 앞에서 청소하는 아주머니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아주머니가 그러시더라고요. 예전에는 장애인용 화장실에 청소도구 등을 두었는데 '바퀴 달린 사나이' 코너를 본 이후에는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셨대요. 그런 작은 변화들을 보면서 보람을 느낍니다."

의미 있는 방송생활이었지만 개그맨으로 무대에 선다는 것은 그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장애인 코드와 웃음 코드를 적절히 섞어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습니다. 너무 모르고 시작해서 그런지 무대가 점점 두려워지더라고요. 그래서 포기하려고 했던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그만두면 시작하지 않은 것만 못하다는 생각에 다시 마음을 다잡았어요."

박대운은 이번 방송출연을 계기로 또 다른 꿈이 생겼다. 바로 프로그램 연출자가 되는 것.

"방송국 시험에 응시할 생각입니다. 최근 방송에서 예전보다 자주 장애인을 다루고는 있지만 장애인은 단순히 취재원이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는 장애인의 목소리를 내는데 한계가 있어요. 요즘 방송국 입사시험은 나이제한도 없고 전공도 신문방송학이라 한번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개그맨으로 계속 활동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해봤던 일이기 때문에 출연 제의가 있으면 하겠지만 솔직히 말하면 개그에 크게 소질은 없는 것 같다"면서 웃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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