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이 대거 외국방문에 나서는 바람에 후반기 국회가 삐걱거리고 있다. 의원외교다 국제행사 참석이다 등등의 명분으로 50여명이 외국에 나가 몇몇 상임위 전체회의에는 각 당에서 고작 서너명 밖에 출석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는 것이다. 2개월 가까이 뇌사상태에 놓여 있던 국회를 살린 것은 정치권의 자발적인 노력이 아니라 여론의 매서운 질책이었다. 간신히 살려 놓았더니 이제는 또 반신불수로 만들고 있는정치권에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정치 하한기 의원외교는 오랜 관행으로 여겨져 왔고 웬만하면 문제시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 정서였다. 국익 증진에 기여하는 의원외교라면 적극 권장해야 마땅하고 실제로 기여하는 바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과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경실련이 처음으로 국회 사무처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것을 보면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제 15대 국회 때 이뤄진 88건의 방문외교 가운데 상당 부분이 뚜렷한 목적도 없는 "관광성 외유"였던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국회 자료를 근거로 했으니 신빙성은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경실련에 따르면 상임위 시찰활동은 평균일정 12일 가운데 실제외교활동에 사용된 기간은 평균 4.2일에 불과하고 친선협회 활동 역시 평균일정 12.4일에 외교활동 기간은 3일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방문외교 본래의 목적을 살리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 예외적인 사례로 언급된 데서 총체적으로 부실해 진 의원외교의 실상을 잘 알 수 있다. 확보해 둔 예산을 쓰기 위한 전시성 시찰이나 관광성 외유로 전락한 상황이라고 하니 근본적인 개선책이 나와야 할 때이다.

 의원들이 무더기로 외유에 나선 가운데서도 어김없이 제헌절 경축 기념식은 치러졌고 입법부의 위상을 제대로 세우겠다는 다짐도 또 한 번 되풀이 됐다. 국회의 위상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행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정치권 내부의 자기규제와 감시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그못지 않다는 생각이다. 제도적 보완과 자정노력으로 정치인의 도덕성을 제고 시키겠다는 약속이 허언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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