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이 짙어지는 여름, 우리모두 지친 몸을 쉬어야 할 때이다. 이맘때면 모두가 휴가계획을 세우게 된다. 가까운 산과 숲을 찾는 것에서부터 국내 일주, 배낭여행, 해외 연수 등 다양한 계획을 세우게 되는 우리 부모님들께 한가지 숙제를 드리고 싶다. 이번 여름방학에는 진정한 부모역할과 자녀교육을 해 보자는 것이다.

 요즘과 같이 전문인력시대는 자격증의 시대라고도 불리운다. 한 지역에 오래 살다가 나이가 들어 시간이 많아지는 노년기에 접어든 어르신의 직업으로 생각되던 복덕방 할아버지는 말끔한 넥타이 차림의 공인중개사자격을 지닌 전문가의 직업이 되고 말았으니 말이다. 이러한 추세에서 우리의 아이들은 3세 이후가 되면 대부분 어린이집, 유치원, 그리고 학원등의 전문교육기관의 교사에게 맡겨진다. 자신의 노후대책보다는 자식을 위해 투자하는 것에 추호의 주저함이 없는 우리 부모님은 어려운 살림에도 아이의 교육비에 허리가 휘며, 또 휜 만큼 아이들을 위해 전문가에 아이를 맡겼으니 많은 일을 하였다고 자부심마져 갖는다.

 그런데 이러한 교육기관이나 보육시설에서 생활의 올바른 습관,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 예절, 그리고 학업적인 능력을 다 가리칠 수 있는가? 또한 이러한 것들이 하루에 서너시간의 교육을 통해 키워질 수 있는 것인가? 아이들의 생활 습관과 품성, 학구열 등 대부분은 태어나면서부터 교육되어야 한다. 몸에 배고 생활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것은 보고 배운다. 인간은 바로 모방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아동심리학의 실험실연구에서 아동은 타인의 행동을 보기만 하면 모방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더 나아가 자신과 다른 사람보다는 닮은 사람을 더 잘 모방하며 특히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더 잘 모방하는 것으로 밝혀왔다. 따라서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세상에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되는 일이다. 다행히도 이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대부분의 우리 아이들은 부모님을 좋아한다. 혹시 아이와 소원해진 부모님은 아이로부터 점수를 따는 일에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우리의 모습이 바람직한가 하는 점이다. 우리 부모들은 말이 아니라 몸으로 아이들이 닮았으면 하는 행동을 실천하고 있는가? 이번 여름방학에는 교통질서를 지키는 모습, 다른 지방에서 여행온 사람에게 친절을 배푸는 모습, 해외 여행중에도 한껏 솟은 대한 국민의 국민성에 부끄럽지 않은 세련된 예절을 실천하는 부모가 되어 보자.

 사실 이러한 자녀교육의 실천은 부모가 가장 훌륭한 선생님이라는 인식을 다시 할 때 가능하다. 어느 노학자께서 우리가 아이를 낳기만 하면 부모가 되는 것이 이상하기만 하다는 말씀이 생각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인 부모도 자격증을 주어야 하지 않느냐는 말씀에 모두 그냥 웃어버렸지만 정말 부모라는 자격은 가장 중요한 자격이다. 비록 이 자격은 국가 또는 민간단체가 주는 것은 아니나 우리 스스로 귀한 것임을 알고 그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할 것이다. 아이가 평소 올바른 자세를 지니도록, 아이가 평소 규칙적인 생활을 하도록,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부모가 해야 하는 일이다. 아이가 책을 가까이 하고 탐구심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돌이 되기 전부터 그림책을 보고, 아이와 재미있게 놀아주는 부모의 능력에 달려 있다. 또한 아이가 평소 자신과 남의 몸을 아끼고 관리하여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도록 사회성지도는 청소년기에 가서야 성교육 등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바로 걸음마기부터 몸에 배여야 하는 것이다. 아이를 전문가에 맡기기 전 이미 우리 아이의 주요 품성은 부모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서 우리 어른들의 멋진 모습을 기대하게 되는 휴가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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