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울산시청사가 도둑들에 의해 유린된데 이어 17일 또다시 남구청사에서 도난사건이 발생해 울산지역 공무원들의 보안의식과 청사관리의 허점이 드러나자 "느슨한 공직기강"을 바로잡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울산시청사 도난사건이후 중구청 등 다른 기초단체들이 보안시스템 도입과 당직근무 기강쇄신 등의 노력을 한 것에 반해 남구청은 이를 외면한 채 안이한 보안의식과 청사관리를 그대로 유지, 예고된 사건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울산시청사 도난사건 이후 대다수 울산지역 기초단체는 각 실·과별로 도난방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당직근무자들의 기강을 바로잡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남구청은 그나마 설치된 CCTV마저 형식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조사 결과 남구청의 경우 본관 2개소와 신관 3개소 등 모두 5개의 CCTV가 설치돼 있으나 신관에 설치된 1대만 제대로 가동이 됐고, 본관 2개소 등 나머지 카메라는 설치는 되어 있으나 당직실의 TV모니터와 연결되지 않아 보안에 상당한 허점을 노출했다.

 여기에다 남구청 공무원 대다수가 5대의 CCTV 카메라 중 1대만 제대로 가동되고 있는데도 도난방지시설에 대한 보수·보완을 건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도난사건 당일 4명의 당직자들(남 2명, 여 2명)은 사건 전날인 지난 16일 밤 11시까지만 남구청사 본관에 대한 순찰을 돌았을 뿐 그후에는 보안점검과 실·과 순찰을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도둑들이 남구청 본관 1~3층의 10여개 사무실을 제집 드나들듯이 활개를 치며 돌아다녔는데도 당직근무자들이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5월 울산시청사가 털린 이후 울산지역 기초단체들이 도난방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당직근무 기강을 확립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지 불과 2개월여만에 또다시 발생, 실천없는 행정기관의 "헛구호"를 여실히 입증했다.

 한 공무원은 "울산시청사 도난사건이 발생했을 때 "당직자는 뭐 했나"라는 식의 질책을 했는데 또다시 동일한 사건이 터진 것을 보면 의식개혁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수십년간 계속된 공무원들의 "대충대충식" 안일한 근무자세가 불미스런 사건이 되풀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또 경찰은 이번 사건의 경우 지난 울산시청사 도난과 유사해 울산지역 관공서가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지 않는 이상 이 같은 불미스런 사건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남구청사 도난사건도 구청 내부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의 소행으로 보인다"며 "불과 2개월여만에 관공서에서 똑같은 사건이 발생한 것은 구청의 안일한 보안태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울산지역 관공서의 잇단 도난사건을 접한 시민들은 공직자들의 근무태만을 강력히 질타하면서 공직기강 쇄신을 촉구하고 있다. 박정훈기자 jhpark@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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