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부가 한말연구학회(회장 김승곤)에 의뢰해 지난해 5~12월 인터넷 게시판이나 대화방에서 사용되고 있는 통신 언어를 조사분석한 결과 형태가 바뀌고 품사가 바뀌는 등의 새로운 현상이 관찰됐다고 문화부가 22일 말했다.

 이번 조사결과를 담은 보고서 "통신언어 어휘보고"는 사이버 공간에서 사용되는 2천350개 언어를 △형태정보 △통신언어의 생성유형 △품사 △뜻풀이 △사용실태 등으로 나눠 분류했다.

 이 중 새로운 말의 생성 유형을 보면 형태변이, 새말, 의미전이, 통사 변이 순으로 나타났는데 원말을 소리나는 대로 적기나 현실 발음을 반영한 "형태변이" 종류가 1천592개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예를 들어 "10002"(많이). "P본다"(피본다), "감솨"(감사)가 있다.

 그 다음 많은 유형으로는 기존 말을 합성하거나 파생시키는 "새말" 형이 253개로 뒤를 이었다. 도배방(도배+방·게시판에 연속적으로 글을 올리는 것), 카페지기(카페+지기·가상 공간의 동호회를 운영하는 사람) 등이 이런 예에 속한다.

 형태상 변화는 없으나 새로운 환경에 따라 의미가 바뀐 경우는 77개로 나타났다. 꼬리(다른 사람 게시판에 짧은 의견을 단다는 뜻), 번개(갑자기 약속을 정하여 실제 만나는 일)가 대표적이다.

 형태와 의미는 변하지 않았으나 품사가 변한 통사변이는 5개가 관찰됐다. 접미사나 의존명사로만 쓰이는 "님"이 2인칭 대명사로 쓰이고 있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변화 원인에 대해 보고서는 "컴퓨터 통신 초창기에는 주로 대화방에서 빠른 입력을 위해 단순히 타수를 줄이는 차원에서 줄여 쓰거나 소리나는 대로 쓰는 것이 보통이었으나 최근에는 대화자간 친교 수단이나 화자의 태도를 현장감 있게 구체적으로 나타내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언어 변화가 청소년층 뿐만 아니라 청장년층까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음이 관찰됐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보고서는 "통신언어가 현실 언어를 왜곡하여 의사소통에 장애가 된다"고 지적, 규제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언어란 끊임없이 변화하는 일종의 유기체로 봐야하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통제하려해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학계에서는 만만찮은 실정이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