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서예가 이종균씨(45)가 또다시 반란을 시도한다. 온전한 글자가 아닌 자·모음만으로 서예의 조형세계를 보여준다. 오는 20일부터 8월20일까지 한달동안 울산시 울주군 범서읍 척과리 비홍산방 갤러리 물소리.

 여섯번째 개인전으로 "필묵가락"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번 전시회에서 그는 문자를 통한 내용의 전달을 피하고 형상을 통한 이미지 전달에 주력하고 있다. 어떤 글자의 자음 또는 모음 하나만을 형상화하여 그 글자가 지니고 있는 의미, 또는 그 이상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것이다.

 그는 "글씨를 잘 쓰는 것으로 작품성을 나타내기에는 역부족"이라면서 "문자를 해체하고 새로운 재료를 혼용하면서 서예가 가지는 리듬감, 시간성을 살려내면서 회화성·조형성 등의 미술성을 획득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자음과 모음의 색다른 움직임, 먹 뿐아니라 커피 우유 아교 등의 혼합재료로 서예의 제한성을 뛰어넘으려는 의도다.

 온전치 못한 글자는 계획된 어눌함이기도 하다. "잘 쓴 글씨"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순수를 추구하면서 글씨가 아닌 미술로서 관람자들과 교감하고 싶은 작가의 또다른 욕심이다.

 전시회 기간동안 매주 토·일요일에는 퍼포먼스도 펼친다. 비홍산방 야외공연장에서 매주 토·일요일에 열리고 있는 음악회에서 연주되는 음악에 따라 천에다 글씨를 쓰면서 퍼포먼스를 가진다.

 그는 전시회를 알리는 팸플릿 대신 CD를 내놓는 새로움도 시도했다. 한번 보고는 버려지는 팸플릿이 싫기도 했고 젊은 세대들과의 공감대도 높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CD에는 작가경력과 16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관에서 열리고 있는 서울전, 오는 20일부터 비홍산방에서 열리는 울산전, 정충락씨의 평론, 92·96·98년 개인전에 대한 소개 등이 들어있다.

 이종균씨는 제4회 외국어 서예전(덕원갤러리), 동아시아 필묵정신전(예술의전당 서예관),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특별전, 한국서예뉴밀레니엄전 등에 참가했고 대한민국서예대전(서예협회) 초대작가, 울산·부산·경남서예대전 초대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16일부터 오는 21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서예작품을 옮겨담은 롤브라인더로 개인전을 갖고 있다. 정명숙기자 jms@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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