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우(10·초등3년·가명)는 태어날 때부터 아팠다.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이지만 절반 가량의 시간은 병원에서 보냈다. 한창 뛰어놀기 좋아할 나이지만 한번도 힘껏 달려보지 못했다. 심장질환이 복합적으로 겹친 '활로씨 사징'이라는 희귀 심장병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활로씨 사징은 심실 중격 결손, 폐동맥 협착, 대동맥 기승, 우심실 비대 등 4가지 증상이 겹치는 심장질환으로 면역력이 떨어지고 심장에 부담이 가는 운동은 절대 금물이다. 혈관협착을 해소하기 위해 태어난 지 109개월만에 수술을 했지만 민우가 자라면서 혈관도 함께 커지기 때문에 조만간 2차 수술을 해야만 한다. 정확한 수술규모는 알 수 없지만 한번에 1천만원의 경비가 들어간다.

태어나면서부터 놀이터보다 병원이 더 친숙해질 정도로 수시로 아팠다. 사시사철 콧물을 흘릴 정도로 면역력이 약한 탓에 주위 환경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 이 때문에 최근엔 야산이 가까이 있는 곳으로 이사를 가기도 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 것일까?' 어려서부터 자주 아팠던 탓에 민우는 또래 아이들에 비하면 '어른'이나 다름없다. 엄마(38) 아빠(43)는 민우가 어린 마음에 뜀박질이라도 해 혹시 심장이나 혈관에 부담이 갈까 조마조마하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어른보다 더 철두철미하게 '알아서' 조심하기 때문에 한번도 무리로 인해 놀라는 일은 없었다.

민우는 친구들과도 잘 지낸다. 주변 사람들을 잘 배려하는 탓에 늘 친구들이 많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뛰어놀지 못하는 탓에 의기소침하기도 한다.

가끔 엄마 아빠의 마음을 아프게도 한다. 올 겨울방학 대수술을 앞두고 지난 여름방학 때 심장과 관련된 종합검진을 받을 당시의 일이다. '엄마 아빠가 힘드니까 민우도 힘들더라도 많이 도와줘'라고 하자, 민우가 슬픈 표정을 지으며'엄마가 아프게 날 낳았으니까, 엄마가 책임지세요'라고 했다.

엄마와 아빠는 가슴에 칼날이 꽂히는 듯한 아픔을 느끼며 부둥켜 안고 울 수 밖에 없었다.

"정말이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아픔을 느꼈습니다. 성숙한 탓에 아픔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를 감추고 살다가 자신도 모르게 내뱉은 말이기 때문에 더욱 슬픔이 복받쳤습니다" 엄마는 아직도 그 순간을 떠올리면 눈물부터 쏟아낸다.

핏덩이 때부터 서울을 오가면서 쏟아부은 병원비와 교통비는 제대로 집계를 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다. 아빠의 벌이 대부분이 민우 뒷바라지에 들어가다 보니 가정 형편이 늘 빠듯하다. 엄마는 엄마대로 민우 마음을 다치게 하지 않으면서 주변 환경과 밝은 표정으로 살려다보니 힘겹다.

"주변 사람들은 우리집 아이가 아픈 지도 잘 몰라요, 늘 밝은 표정으로 주변 사람들을 대하고 아이 표정도 밝다보니 대부분 모르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복받치는 설움을 오랜 시간을 감추고 살다보니 혼자서 눈물을 흘릴 때도 있습니다"

민우가 아프면서 누나(12)가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엄마가 병원에 갈 때마다 이웃이나 친척집에 맡겨지면서부터 엄마만 없으면 불안해 하는 증상을 보인다. 동생과 같이 있을 때도 아픈 민우를 감싸고 도는 부모들의 태도 때문에 속상해 하는 등 애정을 제대로 받지 못한 탓에 정서적으로 불안해한다.

초등학교에 다녀도 여전히 동생을 미워하고 있다. 동생때문에 자신이 피해를 입고있다는 생각에 미워하게 된 것이다. 가끔 다투고 나면 동생을 갖다 버렸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다.

민우는 알러지 비염까지 앓고 있어 평상시에도 늘 감기를 달고 있을 정도로 허약한 편이며, 10년 주기로 대수술을 받아야만 한다. 성장에 맞춰 혈관을 넓혀주고 심장판막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수술을 시술해야 하는 것이다.

정밀진단에만 200만원씩 들 정도로 병원비가 엄청나다. 대수술을 할 경우 1천만원은 기본적으로 소요된다. 늘 병원으로 뛰어 다니다 보니 집안형편이 빠듯해 수술을 할 때마다 빚을 내야만 한다. 엄마 아빠는 민우가 대수술을 잘 견뎌내야 할텐데 하는 걱정과 함께 수술비에 대한 부담도 만만찮다.

"미숙아로 태어나 몇차례 위험한 고비를 넘길 때도 꿋꿋하게 지켜낸 만큼 여하한 일이 있더라도 민우가 친구들과 함께 마음껏 뛰어노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민우엄마의 가슴아픈 다짐이다.

최석복기자 csb7365@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