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기금의 부실운영과 난맥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가 발생할때 마다 개선책이란 것들이 발표되고 무언가 달라질 것처럼 했지만 기대와 달리 부실은 여전하다.국민연기금의 부실한 투자.운영으로 1천200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국민연.기금의주인인 국민들로서는 또한번 속쓰리고 답답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막대한 국민연.기금 손실을 초래한 것은 자체 규정을 어기면서 주식.채권 등에 무리하게 투자한데 가장 큰 원인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 감사 결과 공단은 주가가 장부가격의 8%까지 폭락한 다음 뒤늦게 주식을 매도하는 바람에 엄청나게 손실을 키운 경우도 있었다. 주식이 장부가의 25% 이상 떨어졌을 경우 손절매해야 하는 내부규정이 있는데도 이를 무시했다가 화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단순한 투자기술의 문제라고 보기에는 어처구니없고 이해하기 어려운 노릇이다. 코스닥전용 펀드에 1천200억원을 투자하면서 기금운용본부장이 독단적으로 일처리를 했다는 것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사장 결재를 받아야 하는 규정이 있었지만 본부장이이를 어기고 큰 돈을 멋대로 주물렀다니 말이나 될 법한 일인가. 이사장은 허수아비처럼 앉아있고 규정은 있으나마나한 조직에 국민의 피땀 어린 돈을 관리하도록 맡기고 있다는 말인가. 참으로 딱하고 한심스러운 일이다. 작년말 현재 국민연기금 운용액은 75조6천400억원에 달한다. 방대한 규모의 자금을 관리 운영하는 공단에서 이처럼 자체 규정이 유명무실하고 관리 책임자는 있으나마나 하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정부는 지난 1999년 공공자금관리기본법을 고쳐 국민연기금을 공단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도록 했다. 그러나 정부는 주식시장이 불안할 때마다 국민연.기금을 증시부양에 동원하는 정책을 사용하고 있다. 명목은 연.기금의 운영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증시 안정을 위해 편법으로 연기금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와같은 정부의 편법적인 정책과 연기금 운영과정의 도덕적 해이가 연.기금 운영부실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판에 정부가 얼마나 자유로운지 궁금하다. 국민연기금의 건전한 관리운영을 위한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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