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연합뉴스)프로축구 전북 현대의 조윤환 감독이 「히딩크 따라하기」를 통해 정규리그 초반 휘파람을 불고 있다.

 선수 지도와 전술 운용, 팀 관리 등 거의 모든 면에서 「히딩크축구」를 벤치마킹해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는 선두 전북은 6경기를 치른 25일 현재 2승4무로 맨먼저승점 10 고지에 올라있다.

 조 감독은 전 부천 SK 니폼니시(러시아) 감독의 후계자를 자처하고 있지만, 올시즌은 영락없이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과 닮은 꼴이다.

 우선 지도방식부터 「멀티플레이어」를 추구한다. 조 감독의 지론은 『한 선수가최소한 2개 이상의 포지션을 소화해내야한다』는 것.

 따라서 수비형 미드필더와 스토퍼를 오가는 신인 박동혁과 오른쪽 날개에서 중앙 플레이메이커로 미드필드를 휘젓는 전경준, 최전방에서 허리까지 활동폭이 넓은브라질 용병 에드밀손이 실전에 중용돼 활약하고 있다.

 조 감독은 이와함께 경기 전 공격수와 수비수의 포지션을 바꿔 연습을 실시하는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시야를 넓혀 경기를 보는 안목을 키우겠다는 의도다.

 중앙 수비수 최진철은 공격수로 올라가 골감각을 익히고 반대로 원톱 김도훈은수비수로 내려가 약점인 수비가담력을 보완하고 있다.

 선수 장악 방법도 「표절시비」를 부를 정도로 히딩크 감독과 빼닮았다.

 제 아무리 스타라 해도 『기본 자세가 돼 있지 않으면 넣지 않는다』는 원칙이 확고하다.

 지난해 컨페드컵 때 브라질 국가대표로 뛰었던 수비형 미드필더 레오마르가 고작 1경기에만 나섰고 지난해 이적료 5억원에 영입한 전 국가대표 서동원은 단 1분도뛰지 못한 채 2군에서 설움을 곱씹고 있다.

 또 팀의 간판이라는 김도훈은 한때 2군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조 감독은 『선수가 뛰지 못하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게 없다』며 『팀과 동료를 생각하지 않는 이기적인 선수는 내 밑에 있는 한 절대 뛰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싸게 데려온 선수가 기용되지 못하는 데 대해 구단은 내심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지만 조 감독은 『선수선발은 감독의 고유권한』이라며 눈 하나 까딱 하지않고있다.

 당장 눈앞의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느긋함도 히딩크와 닮았다는 평가다.

 조 감독은 내년 시즌을 전북이 우승할 호기라고 보고 「젊은피」 키우기와 취약포지션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 『내년 이맘때면 제궤도에 올라있을것』이라는 등 히딩크가 조바심내는 국내 기자들에게 즐겨 썼던 말들을 애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 감독은 『히딩크 감독을 닮으려는 게 아니라 원래 내 스타일이 그렇다』면서 『전북의 초반 선전은 선수들이 이기주의를 버리고 멀티플레이에 충실하면서 상대에 따른 전술변화의 폭이 넓어진 데다 홈관중의 응원 속에 「할 수 있다」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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