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기 민선자치시대가 출범한지 불과 한달 남짓한데 일부 지역단체장들의 도덕적 해이로 언론에 질타를 받고 있어 뒷맛이 씁쓰레 하다.

 이명박 서울시장이 히딩크 감독 초청 행사때 아들과 사위를 동석시켜 물의를 빚었던 사실과 함께 안상수 인천시장이 지난 5월까지 과속과 갓길주행 등 교통법규를 위반하다 10차례나 적발됐으나 50여만의 과태료를 한푼도 내지 않은 것이 밝혀졌다. 또 이대엽 성남시장의 12억원대 호화판 시장관사 물색 보도 등 이들의 행태가 정치권에 쟁점화 되고 있어 봉사와 헌신을 하는 주민의 일꾼이라고 기치를 걸었던 이들의 구호가 무색할 정도에 이르렀다. 일부 몰지각한 자치단체장들때문에 각고의 노력으로 당선된 선량한 단체장들까지 함께 매도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그저께 전국 16개 시.도지사 광역자치단체장들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함께 하면서 "지방자치가 잘 되지 않으면 민주주의도 없고 국가발전도 없다"면서 "21세기를 세계화시대, 지방화시대라고 하는데 지방의 비중이 그만큼 강화된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 자치단체장들의 열성을 당부했다.

 한나라당도 6.13 지방선거 이후 처음으로 24일 소집한 당소속 시도지사협의회에서 "민심의 무서움을 알고 초지일관 겸허한 자세로 대민 봉사에 앞장서 달라"고 거듭 주문했다.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와 서청원 당 대표의 이같은 주문은 지방선거 압승 이후 당소속 지방단체장 및 지방의원들이 구설수에 오르는 경우가 잦아 당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한나라당의 이같은 회의 개최 배경을 보면 8.8 재보선을 앞두고 고위 인사들의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행동과 잇단 실언으로 당 이미지에 먹칠을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판단과 특히 지방선거 압승에 따른 견제심리가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언행에 신중을 기해달라는 당부의 자리인 것이었다.

 우리는 이번 월드컵을 치르면서 많은 교훈을 얻었다. 모든 자치단체가 하나같이 협력해서 큰 공헌을 이뤄냈다. 수백만의 응원단이 거리를 꽉 메우면서 하늘을 찌를 듯한 열기를 뿜어내면서 사고 하나 안내고 쓰레기까지 주워가는 성숙성을 보여줬다.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세계가 경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몰지각한 자치단체장들이 모처럼 주민들의 신명과 솟구치는 힘에 기운을 빼앗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중앙의 벽을 허무는 망치질을 막 시작할 무렵, 선진국의 지방화는 이미 국경선의 울타리를 걷어내고 있었다. "세계적으로 생각하고 지방적으로 행동하라". 자치단체장들이 오만과 파렴치함에 빠지지말고 창의력과 열성을 가지고 자기 지방에 알맞는 발전의 노력을 기울이면서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세계를 뛰어다니며 투자가를 유치하고 혹은 수출을 증대시키고 이런 노력을 제대로 하느냐에 따라 지방의 성쇠가 크게 달려있다.

 "누가 바람을 보았는가". 크리스티나 로제티의 아름다운 시 구절이다. 사람으로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이 바람이다. "그러나 나뭇잎이 흔들리는 것을 보면 바람이 지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한 그 시는 바람을 보는 법을 최초로 가르쳐 주고 있다. 이번 기회에 단체장들은 도덕적 해이에서 벗어나 세계화 바람속에서 지방발전의 혜안을 한번쯤 가져 봄이 어떨지.

서울=신재현 정치부장대우 jhshi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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