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도산' '실미도' '공공의 적' 등 잇따라 남성미 주르르 흐르고 잔뜩 힘을 준 영화에 출연하며 에너지를 발산해온 설경구가 난데없이 멜로영화에 출연했다. 그것도 스스로 표현하듯 "대단히 심심한 멜로"에 말이다.

19일 개봉하는 '사랑을 놓치다'(감독 추창민, 제작 시네마서비스)에서 설경구는 송윤아와 호흡을 맞춰 10년간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남녀의 모습을 그려냈다. 이 과정에서 철철 흐르는 눈물도, 가슴을 찢는 슬픔도 없다. 그래서 익숙히 봐온 설경구의 분출하는 모습은 볼 수 없다. 이 영화가 그에게도 관객에게도 쉬어가는 페이지가 되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사랑을 놓치다'의 우재는 대학시절 내내 옆에서 그를 바라보던 연수의 마음을 모르고 다른 여자 때문에 홍역을 치른다. 그러다 세월이 흘러 사회인으로 다시 만난 연수를 친구가 아닌 여자로 바라보며 그의 곁을 맴돈다.

배우 설경구에게 '사랑을 놓치다'는 어떤 의미의 영화일까.

"심심한 것을 하고 싶었어요. 힘을 빼고 싶었어요. '공공의 적2'를 마치고 너무 지쳐 있었어요. 옴짝달싹하기 싫더라구요. 그래서 또다시 힘을 줘야 하는 영화의 제안은 아쉽지만 딱 잘라 거절했어요. 그리고 이 작품을 선택했어요."

편한 마음으로 출연했지만 의외로 얻은 것도 있다. 이휘향, 장항선 두 선배 연기자의 연기에 대한 열정과 자세가 새삼 크게 다가왔고 그로 인해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을 가진 것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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